한국은행이 최근들어 통화관리를 환율보다는 시장금리 등 금융시장안정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에따라 회사채유통수익률 등 시장실세금리는 지난 25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원-달러환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 달러당 9백원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한보철강에 이은 삼미그룹의
연쇄부도로 부도공포증이 확산되고 시장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관리에서 금리안정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실제 한은은 지난달부터 매일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나
3월하반월 지준적립시작일인 지난 23일부터는 유동성을 전혀 규제하지
않았다.

이날 은행지준 잉여금이 2조원을 넘어 1조원을 흡수했으나 금리충격을
최소화하기위해 오후 늦게 규제에 나섰다.

이 영향으로 지난 24일 연13.0%까지 치솟았던 회사채유통수익률(3년)은
이날 연12.68%로 떨어졌다.

또 금융기관의 인수기피로 인해 지난 25일까지 연14.50%까지 올랐던
CP(기업어음.91일물)금리도 이날은 연14.0%로 하락했다.

5대시중은행의 당좌대출도 26,27일 이틀동안 3천4백억원이 회수됐으며
연쇄부도위기감도 급격히 가시고 있다.

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 21일(달러당 8백83원50전)부터
상승세를 지속, 이날은 장중한때 8백99원30전까지 치솟았다.

이에따라 29일 매매기준율은 달러당 8백97원에 고시돼 종전 사상
최고치였던 8백93원30전(85년10월25일)을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안정을 위해 보유달러를 풀 경우 시중통화가 흡수돼
금리상승을 피할 수 없다"며 "환율과 금리를 한꺼번에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은 금리를 택한다는게 한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심훈 한은 이사는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상수지
적자 확대, 국제시장에서 미달러화 강세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환율상승은
용인하겠다"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