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등 금융기관들이 기업여신을 꺼리면서 기업들사이에 자금가수요가
급격히 일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부도공포증이 확산되고 금융기관들의 자금
운용이 보수화되면서 30대그룹은 물론 현대그룹과 삼성그룹도 기업어음
(CP)발행과 당좌대출사용등을 통해 "자금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은 최근 각각 2천5백억원어치와 1천5백억원
어치의 CP를 각각 발행했으며 다른 10대그룹들도 대부분 수천억원대의
CP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7대시중은행의 당좌대출잔액도 지난 19일과 20일 이틀새 1천4백억원가량
늘어났으며 당좌대출소진율도 30%에 육박했다.

은행관계자들은 현대그룹의 경우 국민투자신탁증권 인수자금마련을 위
해 CP를 발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기업의 경우는 향후 자금사정이
불안해질것에 대비해 주로 중단기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회사채매입을 꺼려 이날 회사채수익률은 연12.8
9%까지 올라 연중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은 회사채발행등을
통한 장기자금조달시기는 늦추는 반면 3개월이하의 중단기자금은 금리를 불
문하고 무차별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8대 시중은행장들은 24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더이상 부도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을 신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