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지난 93년초 독일의 SMS(슐레만 리마크)사로부터 박슬라브공법
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조성했다는 설이 검찰영장에
실리면서 국내 정.관.금융가를 일제히 긴장시키고 있다.

만약 이같은 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내에 미치는 파문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정확한 리베이트수수경위와 규모, 그 돈이 김현철씨에게 유입
됐을 가능성등에 대한 입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한보철강은 지난 93년2월 당진제철소 제1단계공사를 앞두고 독일의 SMS사
로부터 1억6천만달러상당의 박슬라브공법설비를 들여 왔다.

박슬라브공법은 전기로에서 핫코일을 생산하는 시설(열연공법)로 SMS사가
개발한 최선설비다.

검찰 영장에서 드러난 "리베이트 수수설" 따르면 한보철강은 이 설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조작을 통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이 돈의
일부가 김현철씨에게로 넘어갔다고 볼수 있다.

수입가격을 뻥튀기해 계약서를 쓴뒤 은행에서 돈을 받아 지불하고 해외에서
차액을 빼돌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보철강의 열연설비는 연산 2백만t 규모로 모두 7천7백97억원이 투입됐다.

유사한 설비를 갖고 있는 포철은 연산 1백80만t급 열연설비를 독일 MDM
(만데스만 데 마그)로부터 들여 왔다.

포철은 이 설비를 6천2백억원에 도입했다.

한보철강의 설비가 포철의 것보다 조금 크기 때문에 외형적인 가격차이
(약 1천5백억원)만 보면 1천억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조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국제거래관행상 리베이트로 2천억원을 주고받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통상 도입가의 2-3% 수준에서 리베이트가 결정되는데 2천억원은 너무 많은
금액"(철강업계 관계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만을 보면 일단 2천억원 조성설은 다소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항간에서는 어느정도는 사실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보철강이 해외에서 수입한 설비가 이번에 문제가 된 SMS사의 것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보는 열연설비 외에 오스트리아의 베스트알핀사로부터 코렉스설비를,
일본의 고베철강에서 또다른 열연설비를 들여 왔다.

모두 합치면 약 3조원규모다.

만일 이 과정을 통해 줄곧 리베이트를 따로 만들어 빼돌렸다면 2천억원
조성설이 사실일수도 있다.

어쨌거나 한보철강이 가격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앞으로 정치권및 관계, 금융권의 대량구속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의 비자금조성경위가
드러날 것인 만큼 이 지금이 각계에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해외에서 수입하는 설비의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제대로 따져 보지
않은 은행관계자들에게도 유탄이 날아갈수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