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에 이어 삼미그룹이 쓰러지면서 자금시장에 급격히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은 종금채 리스채 할부금융채를 발행해도 인수자가 나오지
않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30대그룹의 잇단 부도가 터져나오면서
신규대출을 극도로 선별해서 하고 있다.

"담보가 없는 기업어음(CP)의 경우 10대그룹에서도 3~4개그룹만이 제대로
소화되고 있다"(대한종금 관계자).

CP의 경우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지급보증이 서있는 회사채
와는 달리 기업의 신용도가 추락하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날 CP 할인율은 14.1%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짜리 콜금리도 13.62%로 연중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은행이나 종금사에 가지도 못하고 할부금융 팩토링 렌털 등 미니금융
기관에 손을 벌리던 중소기업으 자금난은 더욱 심하다.

한보가 발행한 3천억원대의 융통어음을 대거 떠안은 이들 미니금융기관이
융통어음의 만기가 이달말부터 도래하는데다 삼리그룹 부도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에 기존 대출금까지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이달에 남은 2조원대의 회사채 물량이
소화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누가 3년간 보증해 주겠느냐"(청솔종금 이환구
사장)는 얘기다.

이에 따라 회사채 지급보증 수수료율도 오르고 있다.

작년까지만해도 지급보증 수수료가 덤핑되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종금사의 중견그룹에 대한 회사채 지급보증 수수료율의 경우 올해초 0.3%
에서 0.5%로 오른 상태이며 일부 종금사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을 감안해 지급
보증을 더욱 꺼리고 있다.

금융계는 "4월 부가세 납부 등 자금 성수기인 4, 5월을 어떻게 견뎌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