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인수합병) 뒤에는 로펌(Law Firm.법률사무소)이 있다''

국내 기업들 간에 M&A 시도가 빈발해지며 대형법률사무소들의 M&A 고객
유치전도 치열하다.

M&A를 시도하려는 업체는 물론 적대적 M&A에 대응하려는 기업 모두가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는 로펌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로펌들은 패기만만한 젊은 변호사들을 내세워 때로는 공격자 위치에서,
때로는 방어자의 위치에서 불꽃튀는 M&A전쟁의 보이지 않는 주역을 맡는다.

최근 미도파를 둘러싸고 유례없이 뜨거운 M&A전쟁을 치렀던 대농과 신동방의
뒤에서도 예외없이 유수의 로펌들이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가장 적극적으로 M&A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곳은 국내최대법률사무소인
"김&장".

박병무(36) 변호사를 비롯 박성엽(36) 윤병철(35) 신필종(34) 허영만(32)
변호사 등 15명 정도의 젊은 변호사들이 그때그때 팀을 이뤄 M&A관련업무를
처리한다.

지난해 이후 매스컴에 보도된 각종 M&A 사례에는 "김&장"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됐다고 봐도 될 정도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미도파에 대한 공격적 M&A를 시도했던 신동방그룹 뒤에서도 "김&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배.김&이)도 기업M&A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풍금고 편에서 한화종금에 대한 적대적 M&A건을 맡은 오양호(35) 변호사
를 비롯 이근병(37) 서동우(34) 김도형(33) 박현욱(30)등 젊은 변호사들이
실무를 떠맡고 있다.

한국카프로락탐 지분경쟁에서는 효성그룹측에서 코오롱측을 대리하는
"김&장"에 맞섰으며 제일신용금고의 신한종금 인수공세에서는 수비자의
위치에서 격전을 치러냈다.

김두식(40) 홍세열(37)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는 "신&김"(세종합동법률
사무소)도 M&A시장에서는 알아주는 로펌이다.

수년전부터 대농그룹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신&김"은 신동방그룹의 M&A
시도를 맞아 대농그룹이 고전하게 되자 허창복(42) 이창원(34) 양영태(34)
변호사가 팀을 이뤄 대농그룹의 법적대응방향을 주도했다.

이에 힘입어 대농은 신동방과의 공방에서 M&A의 위기를 벗어났다.

"이&고"(한미합동법률사무소)에는 이문성(43)변호사를 필두로 방현(43)
이규화(39) 안용석(35) 한원규(36)변호사 등이 M&A팀을 구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고"는 주로 적대적 M&A에 맞서 수비하는 쪽을 담당하거나 우호적인
M&A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일백화점을 두고 대주주간에 경영권분쟁이 났을 때 제1대주주인 제일물산
의 대응방향을 이끌었다.

이처럼 로펌들의 증대되는 M&A업무와 관련, 한미합동의 안용석 변호사는
"로펌들이 요즘에는 종전에 다른 로펌에서 맡고 있던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오퍼를 낼 정도로 M&A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기업들도 각
법률사무소들의 강점을 따져 일을 나눠 맡기는 추세"라고 말한다.

어쨌든 개정된 증권거래법이 4월1일 발효돼 대기업계열사들에 대한 적대적
M&A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지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대한 M&A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법률서비스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형로펌들의 관련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