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발표한 "은행의 중장기 해외차입 자유화조치와 기업의 해외주식
연계증권 발행한도 폐지조치"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는걸 가장 큰 목적
으로 하고 있다.

즉 달러공급을 늘림으로써 원화환율의 급등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이와함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에 따른 자본시장 개방 일정도
앞당기고 또 강경식 경제팀의 첫 규제완화조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부수적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가 의도하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한보사태로 국내 은행의 차입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등 원.달러환율을 부추길 요인은 수두룩하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선 "이 조치만으론 안된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오히려 외화 유입으로 인한 통화 팽창과 물가 불안 외채 누증 등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기대효과

=외환시장의 안정이 우선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15억달러정도가 올해 추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합해 총 70억달러가 유입되면 국내외환시장의 달러화 부족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할수 있으리란 기대다.

자연스럽게 원.달러환율도 안정세를 찾는 "선순환"으로 반전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기대다.

<> 전망및 부작용

=정부의 전망대로 원.달러환율이 안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정부조치의 영향으로 달러당 8백70원대에 머물렀지만
오후장들어선 8백79원선까지 접근했다.

이번 조치가 "별무효과"라는 반증이다.

더욱이 국내 은행들이 외화를 차입하지 못하는 것은 차입 한도가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한보사태로 신용도가 떨어지다보니 돈을 빌려주는 외국기관이 없다.

아울러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뒷걸음치고 있다.

외화대출을 쓰려는 기업도 줄고 있다.

수요가 없는데 은행들이 무작정 달러화를 들여올리는 만무하다.

이밖에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곳곳에 원.달러환율을 부추길 요인투성이다.

이달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8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달러가 부족할 상황인데 한 물꼬를 튼다고 상황 전체가 바뀔리는
없다.

오히려 외자 유입으로 인한 통화 팽창, 그에 따른 물가 상승과 외채 누증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 은행권 반응

=은행권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일단 환영하고 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중장기 해외차입을 많이 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았던 것이 사살"이라며 "당초 중장기 차입목표를 2억5천만달러로 잡았으나
5억달러로 늘려야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반응들이다.

그러나 한보철강 부도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남북관계 등 변수가
많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해외차입은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 한국물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해
상반기중 대량 차입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하반기에 상황이 호전된다면
몰라도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