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이냐, 적정 외환보유액 유지냐"

외환당국인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져 있다.

원.달러환율을 잡자니 외환보유액 감소가 우려되고 외환보유액을 적정수준
으로 유지하자니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환율(달러당 8백70원대)이 국내경제 현실상 적정한 수준
으로 보고 있다.

이 수준에서 급격한 환율 상승(원화가치 절하)도, 환율 하락도 수출입 등
거시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수준에서 환율을 유지하는게 바람직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한은은 고민이 있다.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늘어나고 경기가 호전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닭에
국내에 달러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원화환율은 상승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원화환율을 안정시키자면 한은의 외환 개입(달러화 방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한정 달러화를 방출하자니 경상수지가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선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수 밖에 없다.

실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6월 3백65억6천만달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 지난달에는 2백98억달러까지 줄었다.

물론 이 정도 외환보유액이 국내경제 규모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 기준(3개월분 수입결제금액)인 3백6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건 사실이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이 현수준이하로 떨어지는걸 감수하면서까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방출하는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은 6백50억달러수준.

여기서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3백50억달러가량이 외화예탁금 명목으로 나가
있다.

이 자금을 환수해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좋겠지만 해외차입에 한계가 있는걸
감안하면 국내외환시장의 달러화 부족현상을 심화시켜 환율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은이 이런 고민을 어떻게 조화시켜 환율 안정과 적정 외환보유액 유지라는
두마리 토기를 잡을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