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회재백야"(나는 하얀 밤에 돌아온다)에 이어 "약속해"라는
감미로운 록 발라드로 가요계를 달구고 있는 그룹 "뱅크".

PC통신이 제공하는 가상공간은 뱅크가 팬들을 만나는 또다른 무대가 된다.

지난달 PC통신 하이텔에는 "특종! 뱅크의 라이브 콘서트 초청퀴즈"란 글이
게시판에 올랐다.

여기에는 뱅크의 콘서트 안내와 함께 뱅크관련 퀴즈문제를 맞춘
정답자들을 그들의 라이브 콘서트에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근 3집 앨범 "BLUE WINTER"를 내놓은 뱅크가 그동안 아껴준 통신
팬들에게 작은 정성을 표시하기 위해 콘서트 초청퀴즈를 생각해낸 것.

이 기획은 결국 쇄도하는 퀴즈응모자 탓에 게시판에 올린 글을 2시간만에
지워버리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통신인으로서 뱅크를 네티즌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뱅크의 싱어송라이터 정시로씨가 PC통신을 접한 것은 지난 95년.

작곡과 편곡을 맡고 있는 그는 일찍부터 컴퓨터 음악에 친숙해 있어
PC통신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통신세계에 입문한 것은 요즘 PC통신을 통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요계 표절문제"가 계기가 됐다.

그는 표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하이텔의 창작과 표절(go copy)
게시판을 비롯해 음악과 관련한 모든 동호회들을 뒤지고 다녔다.

"하이텔 게시판을 통해 표절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음악인의 한사람으로 표절이 여전히 우리 음악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PC통신이 가요계의 강력한 모니터 요원으로 등장, 통신에서 표절
시비가 한번 일면 곧 공연윤리위원회의 도마위에 오르는 등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가요계의 표절문제는 음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음악을
듣는 대중들의 단발성 유행만을 쫓는 모습들이 표절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요계 표절문제를 근절하려면 단발성 폭로에 의한 표절시비보다는 음악을
아끼는 마음으로 비판하는 성숙된 통신인들의 애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음악에는 프로이지만 아직 통신에는 초보라고 겸손해 하는 뱅크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뱅크의 음악세계와 음악관련 정보를 국내 2백만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