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임이사를 잡아라"

조흥 제일 서울 등 은행장이 공석중인 은행의 행장후보들이 바빠졌다.

비상임이사들을 잡기 위해서다.

올해 첫선을 보인 비상임이사회는 종전의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대부분 전에 확대이사회 멤버였거나 은행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인 사람들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다보니 비상임이사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지금까지 은행장후보를 선출한 8개 은행중 5개 은행은 현 행장을 중임
또는 3연임 추천했으며 나머지 3개 은행은 전무를 행장후보로 추천했다.

그러나 조흥 제일 서울 등 3개 은행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우선 비상임이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행장이 없다.

자천타천의 은행장후보도 여러명이다.

또 이들 은행의 비상임이사중 상당수는 "비상임이사회가 은행장 추천위원회
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다보니 이들 은행의 행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비상임이사들을 찾아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다는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비상임이사회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행장후보 선출을 위한 정족수다.

비상임이사회에서 행장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재적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후보가 여러명일 경우 결코 쉽지 않은 숫자다.

더욱이 대주주대표나 소액주주대표나 모두 1표의 선거권을 행사한다.

대주주와 관계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안심할수만 없는 노릇이다.

실제 경남은행에선 대주주대표들이 추천한 은행장후보가 탈락했다.

1차표결 결과 이춘영 전무와 이영우 외환투자자문사장이 4대 4(경남은행
총 비상임이사는 8명)로 팽팽히 맞서 거중조정 결과 이전무를 선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공석중인 3개 은행장자리중 1개이상을 노리는 한국은행도 내심
불안한 눈치다.

13명의 비상임이사를 설득하는게 쉽지 않아서다.

물론 은행비상임이사 대부분이 거래고객이라 현 임원들과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는 없다.

어떻든 한보사건이후 "외압"의 실체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 비상임
이사들이 "본때"를 보여줄 좋은 기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