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신서비스시장을 대폭 열어주는 최종
양허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외국의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의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국내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통신을 비롯한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외국업체에 비해 덩치가 작고
경쟁력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은 다양하고 품질좋은 통신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시장을 개척할 때 내세울 무기가 바로 오랜 경험과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한 양질의 서비스여서다.

국내통신업체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유수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널리 이용되는 종업원 1인당매출액은 지난94년
기준으로 한통이 9천만원 남짓한데 비해 미국 AT&T는 1억9천만원, 일본
NTT는 2억1천만원으로 2배이상 높다.

회선당매출액도 한통은 26만6천원으로 NTT(89만원)영국 BT(67만원) 등
선진국 유수통신업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회사규모가 작은데다 생산성마저 낮은 실정이다.

더구나 회선재판매 시장은 외국업체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이 사업이 오래전부터 허용돼 장기간의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면 내년부터 시작하는 국내업체들로서는 "싹도
트기 전에 말라버릴 신세"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보통신부는 그러나 국내시장이 개방되더라도 크게 잠식당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국내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전략을 채택해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지난해 허가한 신규사업자가 내년이면 대부분 영업을 개시하고 2001년에는
경쟁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게 정통부의 분석이다.

또 올해 추가로 신규사업자를 허가하면 사실상 외국인이 새로 진출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94년 부가통신사업 100% 개방의 결과에 비춰볼 때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PC통신 등 국내 부가통신업체의 경쟁력이 약해 외국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시장규모가 2배로 커지면서 국내사업자들도
2백50여개로 늘어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국내시장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올린 외국계 부가통신업체도 없다는
설명이다.

정통부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추진하고 국제전화와 같이
원가에 비해 비싼 요금은 자율화와 경쟁 등을 통해 조기에 인하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