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세계 최대의 조선강국으로 부상했던 국내 조선업계의 세계시
장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엔 일본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
났다.

13일 영국의 조선분야 전문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사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6백86만GT(선박총톤수)의 선박을 수주,
21.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1천3백88만GT를 수주,세계조선시장의 절반(45.0%) 가량을
차지하는 조선강국의 위치를 되찼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93년 8백31만GT(36.7%)를 수주,7백53만GT(33.3%)
에 머문 일본을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정상에 섰으나 94년엔 5백65만GT
(22.3%), 95년엔 7백76만GT(30.4%) 수주에 그치는 등 하강국면을 면치 못
했다.

93년 59만GT를 수주해 2.6%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불과했던 중국은 94
년 78만GT(3.1%) 95년 1백10만GT(4.3%) 등으로 계속 늘어났으며 지난해엔
2백28만GT(7.3%)를 수주해 세계3위의 조선국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사면초가의 위기
에 처한 것은 국내임금의 상승과 엔저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상실이 큰
것으로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3년 한국에 세계정상의 자리를 내준뒤 대대적인 생산
혁신과 원가절감운동으로 불황을 극복해온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가격경쟁력 우위까지 일본에 역전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그동안 저가수주로 근근히 버텨왔으나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삼은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어서 획기적인
기술향상과 생산성증대가 없이는 더이상 조선강국의 위치를 유지하기 힘들
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