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는 사랑하는 그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그냥 초콜릿 한개를 주고 끝내기에는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떠오르는 품목도 없다"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는 여성, 특히 한번쯤 초콜릿 선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고민이다.

"초콜릿만으로는 어쩐지 허전하다"는 느낌.

장사하는 사람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소비심리의 변화다.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소비심리 변화에 맞춰 초콜릿 일변도였던 밸런타인데이
상품을 향수 속옷 등으로 다양화했다.

신사복 핸드폰 등과 같은 "값나가는 제품"도 등장했다.

얄팍한 상혼의 부산물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밸런타인데이는 젊은층 사이
에서 하나의 기념일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점 LG25가 최근 서울지역 내점여성고객 2백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3%가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15세부터 24세까지 여성(4백여만명)만 따져 봐도 3백만명 이상이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설연휴 4일 뒤다.

유통업체들은 "설날 받은 세뱃돈이 두둑할때 밸런타인데이 행사를 치르게
돼 설매출의 부진을 다소나마 보전할 수있을 것"(로손 이성희부장)으로
기대한다.

롯데 신세계 현대 메트로미도파등 백화점들은 신세대 여성들의 소비심리
변화와 세뱃돈으로 두툼해진 주머니를 겨냥해 향수 가방 미니어처세트 등을
새로 내놓았다.

값은 3만~5만원짜리가 대부분.

1만원 안팎의 초콜릿에 비하면 가격면에서 한단계 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4만5천원짜리 스포츠시계까지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준비했다.

소비자가 직접 선물을 만드는 DIY(Do It Yourself)상품도 등장했다.

LG25는 초콜릿 캔디 향수등과 함께 이들 상품을 담을 수있는 유리병(2천~
7천원)과 포장천 리본끈 등을 판매한다.

훼미리마트도 다섯가지 종류의 바구니와 선물을 넣을수 있는 곰인형을
선보였다.

진로베스토아의 경우엔 초콜릿과 한송이의 장미, 그리고 인형 속옷등을
넣은 바구니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DIY상품은 아니지만 받는 사람이 주는 이의 정성을 느끼도록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제과업체들의 밸런타인데이 상품은 아무래도 케이크와 초콜릿이 주류를
이룬다.

고려당은 소형 하트모양으로 만든 케이크 두종류(백색, 초코)를 판매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초콜릿크림을 넣은 밸런타인케이크와 미니하트 생크림케이크,
쇼트케이크와 초콜릿이 함께 들어있는 밸런타인세트를 선보였다.

백화점 편의점 제과점등 유통업체들만이 아니다.

외식업체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밸런타인데이 손님맞이에 나섰다.

베니건스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을 밸런타인데이 주간으로 설정해 이
기간중 내방하는 고객에게는 미국 21세기폭스사가 제작한 영화 "어느
멋진날"의 시사표와 오리지널머그컵 티셔츠등을 나눠 주기로 했다.

미스터피자도 연인 고객에게 초콜릿을 기념품으로 주고 무료로 사진을
촬영해 준다.

델리의 레드핀은 피자 초콜릿 장미꽃으로 구성된 특별 세트메뉴를 마련해
14일 하룻동안 판매키로 했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