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지난해 은행권 공동융자로 받은 4천억원의 종적이 불투명해
의문을 더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나 은행들은 제2금융권이 어음을 돌리는 바람에 이를 막지 못해
한보가 부도를 냈다고 했으나 "제2금융권"의 실체가 없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제2금융권이라고 불리는 종금 할부금융 증권사 등이 어음을 대량으로
돌린 흔적이 별로 없어 어음을 돌린 주체가 누구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보철강이나 정태수 총회장이 사채를 쓰고 이를 막다가 부도가
났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정총회장의 개인금고로 알려진 한보상사로부터 8백억원대의 대출기록이
발견되고 한보금고에서 수차레에 걸쳐 불법출자자 대출이 발각됐고 지금도
4백33억원의 불법대출이 남아 있다.

또 출자회사인 AM파이낸스에서도 84억원을 대출받으면서 그중 45억원은
유통어음을 진성어음인 것처럼 꾸며 할인을 하기도 했고 위장계열사인
세양선박이 주식담보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은행권이 부도의 주범으로 몰고 있는 종금사는 무슨 엉뚱한 얘기냐는
지적이다.

현재 보유중인 어음이 종금업계 전체로 7천억원이지만 거의 대부분 은행
지보가 붙어 있어 굳이 어음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전체로 5백억원이 물린 할부금융업계도 회수한게 거의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편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조흥 외환은행 등의 당좌거래
실무자들은 부도가 나기 전에 발급경위를 알수 없는 어음이 자주 결제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에 은행들이 결제자금이 대부분 한보철강이나
정총회장의 사채결제용이 아니였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고 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