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부채규모는 역시 공표된 것보다 많았다.

제일은행이 은행감독원에 보고한 자료에는 올1월10일 현재 은행대출금
회사채 제2금융권 차입금을 합쳐 4조9천4백29억원이었다.

그러나 한보의 자금조달행태와 본사가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볼때 한보의
부채는 6조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팩토링차입금과 계열사차입금 4천억원, 운용리스 4천억원, 규모추정이
불가능한 사채까지 합치면 장부외차입금이 1조원을 넘는게 확실하다.

은행관계자들은 발급경위가 뚜렷하지 않은 어음이 돌아온다는 지적을
자주했다.

팩토링회사관계자들은 한보가 물품거래가 없는 융통어음을 실거래가 수반된
진성어음으로 쓰기 위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붙여 팩토링회사에서 어음을
할인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한보가 일시적으로 1차부도위기에 몰린 것도 이같은 어음의
규모를 한보자체도 제대로 정리를 못해 돈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이 밝힌 차입금규모에는 표시도 안된 한화파이낸스와 AM파이낸스가
채권단에 끼여든 것도 한보가 팩토링사에서 어음을 할인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금융계는 한보가 할부금융사와 팩토링사에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빌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보는 사채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보의 차입금현황에는 이성의씨등 개인차입이 기록돼 있고 정태수총회장의
개인금고로 알려진 한보상사에서도 96년에 8백4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려
썼다.

한보는 이미 지난 95년 노태우 전대통령비자금사건때 노씨로부터 수백억원
을 빌려쓴 사실이 밝혀졌었다.

지난해 12월 3조원의 괴자금을 쓰기위해 협의를 벌였다는 제보가 야당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밖에 한보철강은 또 계열금고에서 4백33억원을 불법대출받은 것을
비롯해 10개 계열사로부터도 4천억원대의 단기자금을 차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은행이 밝힌 부채총액에는 빠져 있다.

장부상 부채로 계상되지 않는 운용리스 4천2백억원도 사실은 한보의 부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것도 부채규모에 포함시킬 경우 한보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