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사태"로 철강재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심리적 충격만 받는 정도이나 한보철강의 주력 생산제품인
철근과 열연강판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근의 경우엔 봄철 특수와 한보사태에 따른 공급차질이 겹쳐 가격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철근값은 재고조정을 위한 메이커들의 감산으로 연초부터 꿈틀돼왔다.

작년 하반기 65만t에 육박했던 메이커 재고도 지금은 40만~45만t으로
줄었다.

사이즈에 따라서는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철근업체
관계자들은 밝힌다.

철근메이커들이 한보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출고가격을 다음달부터 t당
1만2천원씩 올리기로 결정해 대형 건설업체들에 통보한 것도 이같은 상황
호전을 배경으로 한다.

철강업체들은 당초 2월에도 재고조정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정기보수를 앞당겨 생산을 줄이고 중국 등지로의 수출도 재개한다는 방침
이었다.

한보사태로 국내 철근공급의 차질이 발생하면 유보한다는 입장이어서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지 유동적이긴 하나 철근메이커들의 재고조정 의지는 그만큼
강하다.

게다가 2월에는 설연휴가 끼여 있어 생산감소가 불가피하다.

한보의 철근 생산량은 월 18만t정도로 국내 총 생산량의 21%를 차지한다.

한보사태에 따른 공급차질이 철근시장에 주는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한보는 현재 제품을 정상적으로 출하하지 못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철근의 원료인 고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보는 고철을 여유있게 확보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초순께면 고철이 바닥나 그전에 물량을 확보해야 하나 국내고철 매입과
수입이 모두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 고철의 경우 결제에 불안을 느끼는 수집상들이 현금을 요구하고 나서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수입도 신용장 개설이 용이하지 않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의 한보 처리방안이 확정돼 수습단계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풀리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정상조업및 정상출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철강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반면 수요는 봄철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태다.

건설업체들은 현재 현장재고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비수기인데다 공급이 넘치고 가격이 내림세여서 그동안은 현장에 재고를
쌓아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해동후 공사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 됐다.

현장재고가 거의 없는 만큼 수요가 일시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우엔 한보사태 이전부터 물량 확보에 나서 주문량을
늘리는 추세다.

철근 대리점들도 2월초로 예정된 메이커들의 출고가 인상을 앞두고 물량확보
차원에서 주문을 확대하고 있다고 철근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철근과 달리 열연강판의 가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근과 같이 계절특수가 있는 제품이 아닌데다 포철의 비중이 워낙 커
한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한보의 생산차질로 공급에 구멍이 생기면 질에서 한보의 미니밀제품을
앞서는 외국산 고로제품이 곧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철근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가수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