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23일 전격 부도 처리됨으로써 정태수 총회장의 한보그룹은
공중분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91년 수서사건, 95년말 비자금 사건등 두차례의 그룹 와해 위기를
용케도 넘겼던 한보그룹이 무리한 철강투자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종말을 맞게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과연 22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린 한보그룹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로 모아진다.

업계에선 한보철강의 부도로 그룹 계열사들의 연쇄부도가 불가피해 결국
그룹자체가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보철강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데다 웬만한 계열사는
한보철강에 상호지급보증 등의 형태로 얽혀 있는 탓이다.

실제로 한보그룹은 올해 매출목표로 잡은 7조2천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3조4천9백27억원을 철강부문에서 달성할 계획이었다.

나머지는 건설부문에선 3조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6천억원 정도만
에너지 목재 제약등에서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자산규모로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그룹 전체 자산액 6조6천7백억원중 한보철강의 자산은 4조4천7백억원
으로 70%에 달한다.

그룹의 중핵이 무너진 만큼 그룹 전체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보그룹 계열사들은 한보철강에 상당금액의 차입금을 제공한데다
지급보증을 선 상태여서 연쇄부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쇄부도의 징후는 23일 오후 즉각 나타났다.

한보철강 부도직후 그룹의 모기업 격인 (주)한보가 연이어 부도를 냈다.

최근 부도위기에 몰렸다가 긴급구제금융으로 되살아난 상아제약도 부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게다가 주력 계열사의 부도로 다른 계열사들이 발행한 어음들도 금융권에
결제신청이 무더기로 들어올 판국이어서 금융단의 특별대책이 없는 모든
계열사의 줄줄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제일은행등 채권 금융단이 한보철강의 부채 정리에 본격 착수할 경우
그룹 계열사들의 매각이 불가피해 한보는 연쇄부도에 이어 공중분해될
공산이 크다.

물론 한보에 대한 채권단의 자산실사 결과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 모든 계열사의 공중분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도 있다.

또 채권금융단이 한보그룹의 전체 부도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특별대책을 마련한다는 연쇄부도 여파는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한보그룹의 앞으로 운명은 전적으로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은행들이 한보그룹의 제3자 인수등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붕괴속도와 정도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