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유보경씨(33).

그는 요즘 남편이 출근후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긴뒤 장바구니를 든채
인근 상가에 있는 컴퓨터 교육장으로 향한다.

삼성전자가 실시하고 있는 컴퓨터 무료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그녀는 컴퓨터입문 윈도95 워드프로세서 엑셀 인터넷 등 강의를 수강한지
2개월여 만에 이웃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컴퓨터 도사"로 통하고 있다.

쇼핑센터에 갈때도 반드시 컴퓨터 유통점에 들러 새로나온 CD롬 타이틀을
장바구니에 담아오곤 한다.

그는 CD롬 타이틀로 4살바기 아들 한글.숫자공부를 시킨다.

꼬마는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한글공부에 재미를 붙여 일찍 한글을 깨쳤다.

가계부도 컴퓨터로 쓴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에 재미를 붙였다.

그는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이 너무나 고맙단다.

현재 주요 컴퓨터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주부는 전국적으로 대략 3만명.

여기에 언론사 등 사회교육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컴퓨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부를 감안하면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선착순으로 등록이 마감되는 일부 교육센터의 경우 주부들이 몰려들어
등록접수창구에 장사진이 형성되기도 한다.

컴퓨터업체의 무료 교육프로그램은 주부들에게 쉽게 컴퓨터를 접할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삼성전자의 경우 전국 99개 지역에 컴퓨터 무료교육센터를 개설해놓고 있다.

이밖에도 세진컴퓨터랜드는 전국 76개 전 매장에, 삼보컴퓨터는 50개 지역
에서 운영중이다.

특히 삼보는 "위성 컴퓨터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위성을 이용해 중앙교육
센터와 해당 교육장간 화상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화상컴퓨터교육장을 올해 2백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컴퓨터 교육센터의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컴퓨터 작동요령에서 시작해
윈도95 아래아한글 등 워드프로세서, 오피스제품 PC통신및 인터넷 등으로
구성된다.

컴퓨터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마스터하는 셈이다.

주부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춰 해당 과목을 신청하면 된다.

일산 삼성 컴퓨터 교육센터의 정금영 강사는 "과목당 20명씩 8개 과목을
운영중인데 수강희망자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방학이라
초등학생이 많지만 평소에는 60~70%가 주부"라고 말했다.

여러 수강생들 중에서도 주부들의 학습열기가 가장 높단다.

컴퓨터업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무료교육센터를 운영하는 1차적 목적은
자사제품의 홍보.

이같은 취지에서 시작된 무료 컴퓨터교육은 기업전략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 정보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부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정주부가 21세기 우리나라의 정보화를 앞당기는, 보이지 않는 세력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