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이란 자기 재산을 믿을수 있는 남에게 맡겨놓은 상태에서 자신의
뜻대로 관리 또는 처분하게 하는 재산관리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신탁은 대외적 (법률적)으로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자로
보이지만 대내적 (경제적)으로는 수익자가 신탁재산의 소유자이다.

은행에서는 신탁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여러 가지 상품을 개발했는데
그중에서 세무상 달리 취급되는 대표적인 것이 타익신탁과 특정금전
신탁이다.

타익신탁은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 즉 위탁자가 신탁행위를
하면서 신탁원본이나 신탁수익의 전부 또는 일부의 수탁자를 타인으로
하는 신탁을 말한다.

예컨대 아버지가 은행에 신탁상품을 가입하면서 그 신탁의 원본 또는
수익을 아들이 수령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때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접 받은 것과 형태가 되기 때문에 증여세가 부과된다.

현재 직계존비속간의 증여는 5년간 합계해 3천만원 (미성년자는
1천5백만원)까지 공제된다.

따라서 원본은 아버지를 수익자로 하되 수익은 5년간 합계액이
3천만원에 달할 때까지만 아들을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아들은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이때 아들이 수령하는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세는 누가 내야
하는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신탁의 경우 수익자가 신탁재산을 가진 걸로 간주해
세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득세는 당연히 아들이 내야한다.

반면 아버지는 소득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그만큼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편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은행에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자금의
구체적인 운용방법을 지시하는 신탁을 말한다.

따라서 세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위탁자가 직접 신탁재산을 운용하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예를들어 5년이상 장기채권의 경우 실제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30% 또는
25% (10년이상인 경우)의 분리과세 선택이 가능하다.

이때 2년만기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 고객이 신탁재산을 5년이상의
장기채권에 운용토록 은행에 지시한다면 역시 분리과세를 신청할수 있다.

따라서 금융소득이 연간 4천만원을 초과하여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장기채권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은행에 맡겨서 분리과세 신청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 있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