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발표한 것은 연초부터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투기 움직임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마저 지난 80년대
후반과 같은 투기열풍에 휩싸일 경우 전체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및 금융실명제 실시로 투기 요인이 사라진 만큼
예전과 같은 투기붐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조짐에 대해서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뭔가 예사롭지 않다"고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투기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몹시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대통령선거와 시중에
풀린 잠복성 자금을 꼽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례화되다시피한 각종 개발공약 발표가 토지거래
활성화및 그에 따른 땅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식시장 침체와 금융실명제 실시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자금이 대선을 앞두고 다소 흐트러진 사회분위기를 틈타 부동산 시장
으로 몰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집값의 경우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지속적인 공급확대를 해 왔다고 자신하지만 정작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수도권 중.장기 택지공급계획"을 수립해 발표했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택지들이 개발.공급될때까지는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이같은 속사정으로 정부는 이날 각종 개발예정지역을 미리 토지거래허가
지역으로 신규지정하고 토지초과이득세를 4년만에 부활시키겠다는 대책안을
내 놓았다.

이와함께 수도권에 대한 택지공급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서울을 비롯 반경
30km 이내 지역에 대한 택지개발계획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 인접 수도권에 대한 주택수요에 숨통을 트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대책안이 일단 고개를 들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장담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지나치게 침체돼 있던 부동산 경기에 대한 반발세가 만만치
않은데다 규제을 통한 시장 통제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안이 투기든 투자든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심리를 확고하게 심어줄 특별한 알맹이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의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이번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국민들이 이를 믿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