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쌍용양회 등 시멘트 회사들의 잇따른 가격인상에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류비 급증으로 지난 2-3년간 묶여 있던 시멘트 값을 올핸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시멘트 업계에 대해 레미콘 업체들은 "사정은 우리가 더
심각한데 당신들만 올리면 어떻하느냐"며 아우성이다.

시멘트 가격인상을 둘러싸고 시멘트 회사와 레미콘 업체들이 왜 맞붙어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일가.

제품 가격을 올린 시멘트 회사들의 입장과 이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레미콘 업체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 시멘트업계 >>

지난 수년간 묶여있던 시멘트 값은 업체들의 목을 점점 죄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이제 거의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작년엔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시멘트가 잘 팔렸지만 시멘트 업체들의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격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실제로 국내 시멘트 6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약 5% 늘었으나
순이익은 대부분 40%정도씩 감소했다.

쌍용양회의 지난해 매출은 1조3천6백억원으로 전년(1조2천8백63억원)보다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백16억원에서 1백5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동양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작년 순이익이 각각 83억원과 51억원으로
95년의 1백71억원과 1백1억원에 비해 모두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시멘트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높은 수송비와 물류기지
확보난으로 매출액대비 물류비가 15%에 달하는 등 비용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 2-3년간 시멘트 값은 올리지 못한 탓이다.

시멘트 값 인상은 업체들이 숨통을 트기 위한 자구책이다.

<< 레미콘업계 >>

제품 값이 평균 생산비에도 못미쳐 경영난을 겪기는 레미콘 업계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6백30여개의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레미콘
업계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하지만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회사들 처럼 제품 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시멘트 회사 계열의 대형 레미콘 업체들은 값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어서 중소업체들이 먼저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경우 건설회사들이 제품발주를 꺼려 손해를 볼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소업체들이 일제히 레미콘 값을 일제히 올릴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인상이란 의심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멘트 가격인상 부담은 레미콘 업체들이 그대로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레미콘 제조원가중 시멘트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정도.

따라서 시멘트 값이 7-8% 올라가면 레미콘 가격도 2-3%는 인상돼야 한다.

만약 시멘트 가격인상이 철회되지 않으면 레미콘 업계는 2-3%의 원가상승
부담을 모두 출혈로 감수해야 한다.

지난 94년이후 60여개의 레미콘 업체가 이미 도산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