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접속을 막아라"

올들어 정부가 인터넷 불량음란 인터넷 정보에 대한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북한이 홈페이지 개설에 나서고 있을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각종 불량 홈페이지가 인터넷에 난립, 걱정많은 부모들의 간장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4개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공급업체)와 연구망 학술망을
운영중인 각 기관에 네티즌들이 불량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할수 있는 경로
를 근본적으로 막아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내 ISP들도 이같은 정부 요청에 따라 이미 3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음란
퇴폐 폭력적 내용과 그림을 담고 있는 3개 사이트와 뉴스그룹에 대한 접근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검찰은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창립50주년을 맞아 지난 5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겠다고 나서자 이 사이트를 상습 열람하거나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보안법을 적용, 엄벌에 처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매우 힘들고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 ISP는 통상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해 라우터를 통한
접근차단책을 쓰고 있다.

라우터는 네트워크장비의 일종으로 인터넷에서 각 사이트의 네트워크망을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ISP가 라우터에 접근을 차단하는 사이트의 목록을 입력하면 인터넷 사용자들
은 이 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불허(Denied)된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인터넷 이용자가 다른 사이트를 접속한후 다시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간단하게 단속망을 피할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것까지 끝까지 추적한다지만 그럴 만한 인력과 시간이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의견.

불량 뉴스그룹에 대한 접속도 마찬가지.

세계 여러 곳에서 보내오는 인터넷 뉴스중 국내 서버에 들어오는 불법음란
뉴스에 대한 접근은 100% 막을수 있으나 외국 서버에 대한 접근은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방지책들이 모두 월드와이드웹(WWW) 서비스에
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90%이상이 WWW을 이용하지만 ftp나 telnet gopher 등
기타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도 많다.

이들의 불량정보접로를 막을 대책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ISP들이 상업적인 이유를 들어 더이상 인터넷
접속방지책을 꺼리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면 할수록 신뢰도에 흠집이 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건전 사이트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차단용
소프트웨어의 도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차단도구로는 사이버시터 사이버패트롤 서프워치 네트내니 등 4개 프로그램
이 나와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일단 설치하면 하드디스크를 갈기전엔 지울수 없는 강력한
세팅기능을 갖고 있을뿐 아니라 불건전 정보를 등급별로 분류,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을 체크할 있다.

각 프로그램의 가격은 대략 30달러내외.

최근 들어서는 직원이 업무시간에도 불량사이트를 배회,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하는 기업에서 이 프로그램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