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는 그렇다면 회생의 길이 전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름대로의 특화된 노하우로
호황기보다도 불황기에 더 앞서가는 기업들이 있는 것이다.

옥방화섬(대표 박종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80년대초부터 기존업체가 손대지않던 산업용원단을 특화품목으로
생산하면서 경영패턴이 바뀌었다.

이에따라 지금은 전체 생산량에서 의류용 원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옥방화섬이 생산하는 제품은 나일론 및 폴리에스테르 옥스포드지, 텐트와
스포츠가방, 골프백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세계 곳곳으로 직수출되고 있고 동일제품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Q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의 이경수상무는 "의류용의 경우 지나치게 유행이 빠른 반면
산업용은 개발의 여지가 많고 시황도 크게 타지 않기 때문"이라고 산업용
원단으로 특화한 배경을 설명했다.

옥방과 함께 또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회사로 동남무역(대표 정신섭)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매년 10억원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열의를 보여 복숭아털처럼 표면을 처리한 피치스킨직물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가품위주의 생산체제로 수출단가가 국내에서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그런가하면 검단공단에 위치한 (주)성안의 시장다변화전략도 수출의 40%
이상을 홍콩에 의존하는 대구섬유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90년대초부터 시장다변화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성안은 시장성이 적다해서
다른 업체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폴란드 등 무려 60여개국에 제품수출을 하고
있다.

한상윤상무는 "미리부터 시장다변화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대구섬유업계
대부분의 업체처럼 특정지역의 수출이 힘들게 됨에따라 지금 큰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라면서 "홍콩중심의 수출행태는 홍콩반환 등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힘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기업들은 한마디로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이에 적절히
대처함과 동시에 이를 뛰어넘은 케이스다.

잠수함이라는 가공할 무기가 출현하게 되자 피해를 입었던 측이 곧바로
구축함을 만드는 논리와 같다할 것이다.

대구섬유업계의 최고원로인 백욱기 동국무역회장은 "이제는 차별화제품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영화직물.

지금도 여전히 구식 복직기를 고수하면 옛날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고수, 오히려 선진국시장에서 잘 나가는
회사가 됐다.

차별화가 가져다 준 선물인 것이다.

대원염직의 구언회이사는 "일본과 이탈리아산 고급직물의 수입이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대구직물이 국내에서조차 외면당하는 현실을 업계가 직시,
제품의 고급화와 차별화에 나선다면 대구섬유산업의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사람이 옷을 입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는 섬유산업이 개발전략과 상품차별화에 따라 얼마던지 거듭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대구섬유업계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있다할 것이다.

< 대구 = 신경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