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균 서울은행장이 22일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전격 구속되자
그 배경과 앞으로의 파장에 대해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일단 손행장의 전격소환이 금융계 전체에 대한 사정의
신호탄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손행장개인의 비리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그동안 공직자 사정차원에서 금융권에 대한 사정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은행감독원의 금융실명제위반에 대한 특별검사가
마무리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자칫하면 불똥이 다른 은행으로
까지 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만일 그렇게되면 문민정부 출범당시 몰아쳤던 사정한파가 다시 불게돼
보고 금융계는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등 감독기관은 물론 일선 은행장들도 손행장
소환이 금융계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차원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장기침체에 빠져든 경제를 고려하면 금융계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은 적절치 않아"며 "아마 손행장 개인의 문제일 것"
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장도 "한달전 금융계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가 진행됐으나 이미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손행장 구속을 금융계에 대한 제2의 사정이 시작된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들은 그 근거로 그동안 2~3명의 시중은행장 전직은행장등의 비리사실과
내사설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으며 손행장이 소환된 이날도 다른 은행장들
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다음주중으로 예상되는 은감원의 실명제특검결과가 발표돼야
본격적인 사정이 될지, 아니면 일과성으로 그칠지 가름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행장은 금융계의 고질적 병폐인 투서로 결국 중도퇴진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사연인즉 손행장과 라이벌 관계였던 서울은행 퇴임임원이 손행장의 비리
사실을 한달전 검찰에 투서함으로써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투서에 너무나 확실한 물증이 제시됐기 때문에 손행장을
내사, 구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사결과 손행장은 지난 3월 부도난 국제밸브 등 2~3개 업체에 대출
한도를 초과하면서까지 2백여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1억5천여만원의 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제밸브의 경우 서울은행내 손행장의 반대세력이 지난 3월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에 투서함으로써 비위사실이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실련은 당시 국제밸브가 재무제표 등을 위조, 서울은행에서만 1백억원을
대출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었다.

<>.손행장은 당초 이날 오전11시 거제도에서 개최된 범양상선 "뉴자이언트"
호 명명식에 부인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를위해 21일 오후4시30분 진주행 아시아나 비행기편을 탑승할 예정
이었으나 탑승자명단에는 손행장이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택인 용산소재 신동아아파트도 21일저녁부터 22일까지 전혀 연락이
이뤄지지 않는등 손행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

손행장은 결국 이날 오전11시40분께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22일 검찰에 전격구속된 손행장은 금융계에서는 칠전팔기를 보여준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 91년5월 서울은행 수석전무에서 한국투자신탁사장으로 옮겨갈때만해도
손행장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지난 94년 1월 중도퇴진한 김영석당시서울은행장 후임으로 은행장에
취임, 오뚜기의 면모를 보여줬다.

손행장은 서울은행의 고질적인 내분에 휘말리면서 그를 둘러싼 악성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소문의 내용도 신변문제 대출커미션등 다양했다.

이런 소문의 진원지는 바로 서울은행 내부이고 그렇게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손행장이 "자기사람"을 너무 챙겼다는 얘기도 있고 통합된 구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이 아직도 화학적 융합을 이루지 못한 것도 화근으로 보인다.

< 하영춘.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