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들에 "흑자내기 비상"이 걸렸다.

국내 경기침체로 올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장회사들은 보유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재평가하고 감가상각 방법을 변경해 손실규모를 줄이거나
소폭이라도 흑자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주)대우 강원산업 LG화학 대한항공
등이 잇달아 고정자산가치를 재평가해 특별이익을 발생시켰고 삼성전자
(주)벽산 진도물산 등은 감가상각 방법을 기존의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바꿔 순익을 개선했다.

기업들이 이같이 순익개선에 비상수단을 쓰고 있는 것은 장부상으로
라도 흑자를 내 주가를 떠받치고 외부자금 차입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보철강은 지난 상반기중 8백9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으나 최근
부산제강소의 영업권을 계열사인 (주)한보에 양도하는 형태로 약 9백60억원의
특별이익을 내 손실분을 메웠다.

또 강원산업이 보유 부동산의 가치를 재평가해 2천8백30억원의 특별이익을
냈고 대한항공도 항공기와 부동산 등의 자산재평가를 실시, 7천4백8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두산음료와 아남전자 등은 각각 한국3M과 한미아남할부금융 등의 주식을
처분해 특별이익을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경기부진으로 금년중 순이익이 지난해
(2조5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 최근 유형고정자산에 대한
가속상각을 철회키로 한데 이어 감가상각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또 이구산업 진도물산 신동방 대우금속 등 상장사들은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전환해 감가상각액을 줄이는 흑자전환책을 구사했다.

이밖에 한솔전자 두산유리 유한양행 등은 보유 부동산을 팔아 특별이익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대우경제연구소 박춘호 연구위원은 "경기불황으로 대규모 손실에 직면한
기업들이 주가관리 등을 위해 회계상으로나마 흑자내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친 자산재평가 등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보다는 경영실적을 왜곡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