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가 국내에선 부정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의 대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 대우는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공항청사에는 대우의 텔레비전이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시내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대우의 광고판과 판매점이 즐비하다.

15~20년된 구식 "다찌아"모델이 판치는 루마니아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대우의 씨에로를 비롯 티코 에스페로는 현지인들의 부러움을 듬뿍 사며
구른다.

한마디로 "대우 덕분에" 현지 한국인들은 어깨에 힘을 주며 활보한다.

대우의 힘은 현지의 법을 뜯어고칠 정도에 이른다.

"대우법(Daewoo''s Law)"

루마니아에서 대우가 받는 특혜를 일컫는 말이다.

대우법이란 5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모든 외국기업에 대해 7년간
관세 법인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는 조치를 말하지만 이법이
대우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대우는 곧 한국이고 한국은 현지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유럽의 중심은 아닐지언정 과거 1백년동안 서구와 서구를 모방한
일본으로부터 온갖 서러움을 맛보고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경험했던
한국이 피땀으로 이룩한 극서구의 현장을 목격하고 누가 감격스러워 하지
않겠는가.

이런 대접에 흥분한 일부 한국인들은 루마니아같은 나라를 우리에게
몇년만 맡겨주면 금새 한국처럼 발전하는 나라로 만들어 놓겠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이런 감격의 연출자인 대우와
김우중회장에게 인색함을 잠시 접어두게 된다.

이런 대우가 국내에서는 발목이 잡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반부패무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한국에서 이제 이런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

허귀식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