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한다.

경기침체가 과거와 같이 외적요인에 의한 게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체질개선 없이는 불황탈피가 어려울 뿐만아니라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은 이런 상황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만큼 기업들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과거와는 폭과 깊이가
다르다.

우선 단순히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짙게 배어 있다.

"당장 이익이 좀 난다고 해도 앞으로 5년안에 세계일류품목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한계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D그룹 기획실 관계자)는 말을
들어보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실감난다.

한마디로 "조정"이 아니라 "구조개혁" 수준으로 목표를 높여 잡고 있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특징은 또 있다.

사업구조조정 작업이 전사적인 조직슬림화 임금구조개선 등 경영구조개편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돈되는 사업만을 위해 내년에는 이익을 좀 내보자는 단기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총체적인 기업체질개선 노력을 중심축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선경인더스트리 한국유리 등을 필두로 조직합리화 작업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화는 김승연회장이 직접 "관리직 사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까지 공언
했을 정도다.

회장이 종업원은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LG 삼양등 그룹도 관리
사무직 사원을 영업현장으로 전진배치하는등 조직합리화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존 조직합리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아예 신규채용을 줄여 날렵한
몸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봉제를 도입하고 능력중심의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그룹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조직합리화)과 제도(임금구조개선)를 완전히 "21세기형"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요즘의 사업구조조정은 과거와 달리
무서운 실행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경기침체에 따른 비자발적인 것이긴
하나 지금이 기존의 틀을 깨고 "21세기형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
이라며 "최근의 불황을 국내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래의 백화점식 사업구조로는 불황을 이겨낼수 없다"며
"새로운 유망사업에 발빠르게 진출키위해서도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기업들은 이제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전환기에 서있다.

국내기업들이 "슈퍼엔고"에도 견딜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한 일본처럼 구조
조정에 성공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 주요그룹 사업구조조정 계획 >>>

<>.현대 : <>미국현지 합작광학기계회사 지분(67%) 전량매각
<>현대종합목재 공장 용인으로 일원화
<>현대중공업 박용기계 등 일부사업 증가에 이양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축수

<>.삼성 : <>삼성전자 노후반도체라인 폐쇄, 200개 가전제품정리, 탈수기
가스레인지 등 26개품목 중기 OEM 중단
<>삼성중공업 제철설비와 사업정리
<>삼성전자 LCD부문 삼성전관으로 이관

<>.LG : <>LG전자 가스보일러와 전자악기 중기에 이관, 이탈리아 냉장고
공장 폐쇄
<>LG정보통신 무선호출기 생산라인 중기에 이관
<>LG화학의 PVC파이프와 산전의 휠얼라인먼트 등 정리
<>LG미디어 영화사업 포기

<>.대우 : <>대우전자 중국 팬히터공장 폐쇄
<>반도체사업을 대우통신에서 대우전자로 이관
<>계열사 21개에서 14개로 축소(코람프라스틱 한국산업전자
대우모터 경남금속 등 매각)

<>.선경 : 연말까지 계열사별 구조조정 방안 마련 예정(신소재사업 등
일부 한계사업 정리, 비디오테이프사업 해외이전 추진)

<>.쌍용 : 사업구조조정 방안 마련중

<>.기아 : <>기아중공업의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지게차 환경사업 등에
신규진출 예정
<>아시아자동차 택배및 렌터카사업 진출

<>.한화 : <>(주)한화와 한화정자정보통신 합병
<>계열사간 중복사업 통폐합

<>.두산 : <>인도네시아 피혁공장과 독일 현지법인 폐쇄
<>두산경월의 중국 현지법인에 대한 파견인력 감축

<>.효성 : <>정보통신을 나이론에 이은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집중투자
<>일부사업 정리

<>.코오롱 : <>공장유휴부지 정리
<>그룹사 물류합리화 실시
<>타이어코드와 직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정보통신 정밀화학
의료기기사업 강화

<>.아남 : AV에서 멀티미디어 통신부품과 환경사업으로 구조조정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