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호황때보다는 생존을 걸고 싸우는 불황때 더 치열하기 마련이다.

불황기에는 그래서 이런저런 변화가 많다.

업체간 시장분할구도가 바뀌는 것도 대부분 불황 때고 아이디어제품이
빛을 발하는 것도 역시 불황국면에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가 하강곡선을 긋기 시작한 지난 상반기중 주요업종의 업체별 시장
셰어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조선맥주가 OB맥주의 30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톱의 자리에 올라섰는가
하면 승용차부문에서 대우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3위로 끌어내렸다.

그뿐이 아니다.

경쟁이 뜨겁기로 정평이 나있는 가전시장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와의
격차를 더 넓혔으며 "휘발유전쟁"에서는 유공이 LG정유의 도전을 잠재웠다.

경쟁이 특히 치열한 업종인 주류 의류 사무기기의 올 상반기 시장셰어
변동여부를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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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류 }}}

올들어 국내주류산업은 술제조면허개방조치와 수입주류의 국내시장공략등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시장구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맥주의 경우 열처리맥주와 비열처리맥주간 지루한 마켓셰어공방끝에
OB맥주와 조선맥주의 선두자리가 바뀌었고 양주는 12년산이상의 프리미엄급
고급위스키의 판매량이 스탠더드급(10년산 이하)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소주시장에도 벌꿀소주로 대표되는 고급소주가 일반소주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같은 판도변화에 따라 관련업체간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 맥주 =맥주시장의 경우 조선맥주가 지난 66년이후 30년만에 OB를 제치고
1위자리를 탈환했다.

OB의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의 48%에서 41.22%로 하락했다.

반면 조선맥주는 37.9%에서 42.78%로 상승했다.

3위업체인 진로쿠어스맥주는 지난 94년5월 맥주시장에 참여한 후발업체
이지만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지 2년만에 시장점유율을 16%선으로 끌어
올렸다.

7월들어 조선맥주와 OB맥주는 박빙의 차이로 역전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 소주 =지난 3월 김삿갓(보해양조)에 이어 청산리벽계수(두산경월),
참나무통맑은소주(진로)등 고급소주의 시판이 붐을 이루면서 업체별 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가져 왔다.

주류공업협회가 밝힌 7월말 현재 업체별 소주판매실적을 보면 선두업체인
진로의 마켓셰어가 소폭 줄어든 반면 2,3위업체인 두산경월과 보해양조는
성장세를 보였다.

진로는 올들어 7월말 현재 시장점유율이 45.7%를 기록,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4%포인트이상 하락했다.

반면 두산경월은 신제품 청산리벽계수와 그린소주의 꾸준한 인기에 편승,
시장점유율이 17.4%로 껑충 뛰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포인트가까이 상승한 수치이다.

보해양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포인트 상승한 9.7%를
기록했다.

지방중소소주업체의 판매실적은 대부분 저조한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복주 대선주조 보배의 매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금복주와 대선주조의 경우 지난해 각각 5.7%이던 시장점유율이 지난 7월
에는 양사 공히 4.9%로 뚝 떨어졌다.

보배도 지난해 4.3%이던 것이 올들어 7월말 현재 3.8%로 낮아졌다.

<> 양주 =지난 상반기 양주시장은 두산씨그램이 스탠더드(10년산 이하)와
프리미엄(12년 이상) 위스키의 판매량을 합쳐 전체시장의 54%를 차지했다.

이어 진로가 31%, 조선맥주가 15%를 각각 차지했다.

두산씨그램은 프리미엄위스키시장의 약세에도 불구, 패스포트 썸싱등
스탠더드위스키의 강세에 힘입어 여전히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진로는 프리미엄위스키의 대명사인 임페리얼클래식의 판매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어 3년째 30%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뒤늦게 위스키시장에 뛰어든 조선맥주는 15년산 딤플과 조니워커가 예상
보다 많이 팔려 지난해 연말 8%대이던 위스키시장점유율이 15%대로 비약했다.

<서명림기자>

{{{ 의류 }}}

숙녀복시장에선 나산이 신원을 여전히 앞서며 수위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나
신사복은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과 LG패션이 서로 1위라고 주장하고 있어
시장점유율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숙녀복을 보면 나산은 올들어 8월말까지 2,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신원은 2,260억원에 그쳤다.

신원은 "씨" "베스띠벨리"에 이어 "보르뜨농"과 "예스비"를 새로 선보이며
올해 숙녀복에서 5,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었다.

올해 매출을 5,100억원으로 잡고 있는 나산을 제치고 숙녀복 1위로 부상
한다는게 신원의 목표였다.

의류업체의 매출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추동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신원이 나산을 추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산과 신원의 매출액 격차는 올들어 더 벌어졌다.

지난해 나산은 숙녀복에서 신원(3,553억원)보다 70억원 많은 3,6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었다.

숙녀복과 달리 신사복시장에선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과 LG패션이 서로
시장 점유율 1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에스는 자신들의 상반기 신사복매출이 1,500억원에 달한데 비해 LG는
1,2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LG는 자신들이 신사복부문에서 상반기중 10%이상의 신장을 보이며
에스에스를 따라잡았다고 강조한다.

지난 92년부터 에스에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시작, 드디어 올상반기에
에스에스를 추월했다는 설명이다.

LG는 자신들의 상반기 신사복 매출을 1,200억원으로 정확히 밝히고 있으나
에스에스의 매출 1,500억원에는 허수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한다.

<손상우기자>

{{{ 사무기기 }}}

올 상반기 사무기기 시장에서는 대우통신 현대전자(이상 복사기) LG전자
(팩시밀리)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 복사기 =올 상반기중 국내업체가 판매한 복사기는 모두 6만2,500대로
지난해 같은기간(5만6,500대)에 비해 11%정도 늘어났다.

3년 연속 15%이상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던 신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복사기 시장에선 신도리코 코리아제록스 롯데캐논등 전문3사의 판매증가가
미미한 가운데 현대전자와 대우통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와 대우의 판매대수를 합친 수치가 작년 동기보다 17%이상 늘어난
7,500대를 기록, 시장셰어 12%를 차지한 것.

전문3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팩시밀리 =팩시밀리 시장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커졌다.

총판매대수는 19만5,800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10만대 많은 7만7,500대를 팔았다.

2위업체 LG의 판매대수는 15만8,000대 늘어난 5만5,600대.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시장셰어는 지난해 41.4%에서 30%대(39.6%)로
줄어들었고 LG의 점유율은 28.4%로 4% 늘어나 1,2위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김주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