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김형오의원(부산 영도.기조위원장)은 요즘 신이 났다.

국회 의원회관의 컴퓨터가 얼마전 286 XT에서 펜티엄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컴퓨터로 각종 자료관리와 정보수집은 물론 게임까지 즐기는
그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300명에 가까운 선량 가운데 흔치않게 컴퓨터 마니아로 통하는
김의원의 컴퓨터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는 "컴퓨터는 이시대의 볼펜과 같다"면서 "문명사회의 전환에 있어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필수적인 도구"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의원은 의정활동과 관련된 자료는 사소한 것이라도 빠짐없이
컴퓨터에 보관한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30분이상은 컴퓨터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그는 소문과 달리 "전문가"라는 이름을 부담스러워하며 "인터넷에 가끔
들어가 둘러보고 나오는 정도"라며 겸손해했다.

김의원이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금배지"를 달고난 후인
지난 92년.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전에 정치인과 컴퓨터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보화사회로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변화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이때부터 대학 교수들을 초빙, 약 3개월정도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통신에 관한 "특강"을 받고 정보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컴맹 탈출"의 길로 접어들면서 컴퓨터에 눈을 뜨게 됐다.

지난 94년에는 이때 사귀었던 교수들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정보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사단법인 "미래사회 정보생활"을 설립,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의원은 "컴퓨터를 알게되면서 우리사회에서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그는 "사랑의 컴퓨터 보내기 운동본부"의 이사장을 맡아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에 수용된 사람들에게 매년 중고컴퓨터
보내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00여대를 보낸데 이어 올해도 국회 등에서 교체한 컴퓨터
200여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5대총선때 PC통신을 통한 유세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김의원은
"다음 선거부터는 컴퓨터가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게될 것"이라며
"컴퓨터를 모르고는 정치인도 "앞날"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총선을 치르는 동안 "분당 100타대"로 줄어버린 타자실력을
늘리기 위해 밤마다 컴퓨터자판을 두드리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