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얼마전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적금을 갖고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까운 후배들과 함께 부품개발을 계획하던 김씨는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쳤다.

부품개발을 위해서는 전자계측장비가 필요했지만 가격이 대당 5,000만원이
넘는데다 혹시라도 A전자가 사업자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이런 장비들이
무용지물이 돼 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김씨는 회사재직시 이용했던 렌털회사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뚜렷한 담보도 없는 자신에게 3억원에 이르는 장비를 빌려줄까 걱정도
됐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김씨는 전화로 필요한 장비에 대한 렌털을 문의했고 전화를 받은 렌털회사
는 곧바로 장비를 운송해 주었다.

그날부터 김씨가 부품개발에 바로 착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총 렌털기간 4개월로 계약을 맺은 김씨는 예정보다 한달 빨리 3개월만에
부품개발을 완료했고 쓰던 장비를 중도반납할 수 있었다.

결국 김씨는 3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를 따로 구입하는 대신 3개월간의
임차료만 지급하고 원하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단기렌털제도는 전자계측장비 통신장비 컴퓨터 건설장비등 고가의 장비를
비교적 짧은 시간 사용하고 반납하는 제도.단기간의 수요, 특히 긴급한
필요에 적합하며 하나의 장비를 여러 업체가 공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신속하게 운송되고 장비교체가 자유로우며 언제든지 장비사용이 끝나면
반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렌털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급하게 장비를 사용해야 할때는 물론이고 장비가격의
급속한 하락이 예상될 때나 장비의 유지.보수와 검교정이 걱정될 때도 유용
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구로공단에서 CNC선반 가공기술을 10년간 연마한 선반기술자
이씨의 경우는 장기렌털을 이용한 경우.

중소기업에서 선반기술자로 일하던 이씨는 선반을 한대 구입해 독자적인
사업을 개시하기로 하고 구입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24평짜리 연립(싯가 5,000만원상당)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은행의 반응은 "No"였다.

한대에 1억원이나 하는 선반값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5,000만원으론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이때 이씨는 선반판매회사 영업직원인 박씨에게서 렌털회사에 한번 문의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바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렌털회사에서도 신용이 아주 좋은 거래처가 아닌한 담보 또는 보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주대상으로 장기간 영업을 해와 렌털물건의 사업성
환가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담조조건에 있어 은행등의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고 이용이 쉬운 편이다.

( 자료제공:한국렌탈 )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