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 8일부터 자사 냉장고중 390l 이상급에 대한 무상수리
및 교환에 들어갔다.

일부 제품의 성에제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냉장고에 쌀알
크기의 얼음이 생기거나 냉각기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던 것.

하자제품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것은 물론 교환이나 환불
까지 즉각적인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LG전자의 이번 조치는 제품의 하자를 자진 신고하고 자발적인 보상에
나선 일종의 리콜(Recall)서비스다.

특히 국내 가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제조회사가 직접 결함을 발견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의미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회사는 일간지에 대소비자 사과광고를 게재하는 한편 전국 대리점에서
하자신고 및 서비스신청을 받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평소 제품에 대한 불평이 들어오는 클레임율이 1%
이하였는데 금년 여름에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5.7%라는 수치로 높아져
이를 분석한 결과 일부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전체 판매
량의 10%에 해당되는 2만4천여대가 리콜되어 1백억 1백50억원의 추가
비용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콜을 시행한지 보름이 지난 현재 이회사에는 5만5천여건의 불만
신고가 접수돼 있다.

LG전자는 이중 20%가량인 1만여건 정도가 리콜과 관련된 클레임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콜이란 판매한 제품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때 제조회사가 해당
제품을 거둬들여 고쳐주고 수리가 안되면 제품을 바꿔주는 제도다.

한마디로 무상회수 수리쯤으로 풀이되는데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보호
운동의 최종단계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92년 기아자동차가 리콜을 실시한 이후 주로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리콜이 소비자보호의 한 방식으로 늘어나고 있다.

리콜의 대상도 식품 건축물 등 다양해질 전망이며 제조업체의 과실이
없어도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제조물책임법의
도입까지 예고되고 있다.

식품회사 미장원 등 일반서비스업체들도 "마음에 안들면 끝까지
다시 해 준다"는 리콜식 마케팅전략을 내세울 정도다.

그러나 리콜이 처음 의도처럼 순수하게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LG냉장고의 경우 당장 백화점에서 해당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곤욕을 치뤄야 했다.

LG전자는 현재 해당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채 내년도의 신제품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겸험은 LG전자만이 겪은게 아니다.

이미 리콜을 실시했던 자동차회사들도 한 번씩 겪은 홍역들이다.

지난 92년엔 기아자동차가 지난해엔 현대자동차와 정공이 각각
리콜을 실시했었다.

당시에는 호평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차에 대한 불신을 유발해
판매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레이스 포터 갤로퍼 모두 리콜직후 한때 시장점유율이 4-6%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스는 리콜을 실시한 다음달인 9월의 시장점유율이 66%에서
59%로 떨어졌다.

포터도 54%에서 50%로, 갤로퍼도 51%에서 46%로 낮아졌다.

리콜제품=불량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큰 장애요인이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각종 제도미비와 함께 기업들이 공개적이고
자발적인 리콜을 결심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측은 "이미 어느정도의 부담을 예상했다"며 "그렇다고 잘못
만들어진 제품을 쉬쉬하며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아니냐"
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개적인 리콜을 통해 "정도경영" "품질경영" 등 회사의 경영이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국의 경우 리콜을 많이 하는 회사일수록 기업의
이미지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리콜이 단순한 불량품의 회수가 아니라 마케팅의 한 기법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콜제도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연간 1백여회의 리콜이 일어나며
이를 자사홍보의 일환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사내에 리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크라이슬러는 고객들에게 수리기간중 대체차량을 빌려주고
세차와 연료주입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을 차량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리콜제도가 정착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콜제도는 소비자보호의 획기적인 분수령이 되는 것외에 궁극적으로
우리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성숙도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