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국가에서는 생명보호를 위해 미화 1백달러를 반드시 휴대하고
다닐 것."

"중국의 노래방에서는 무리하게 2차를 요구하거나시비하지 말 것."

기업들이 해외근무자들에게 신변안전을 위해 지키도록 교육하고있는
행동요령이다.

최근 한국기업의 해외주재원이나 재외 한인들이 강도나 테러의 목표가
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기업들이 해외 파견 직원들의 신변안전 확보를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신변안전대책 가운데에는 일반적인 신변안전 행동수칙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일부 특수국가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특이한
행동요령을 제시하는경우도 적잖아 눈길을 끌고 있다.

대우그룹의 대우 건설부문(회장 장영수)은 앞으로 해외출장자나
지사로 파견되는 근무자에게 해외여행 필수휴대품으로 항공권과
여권 외에 "신변안전을 위한해외 근무수칙"이 담긴 소책자를 지급키로
했다.

이 책자에는 <> 안전이 불안한 곳에서 외출할 때는 반드시 2인1조로
행동할 것 <> 외출지 행선지와 복귀시간을 밝히고 비상시 또는 위급시
연락이 가능한 곳을 마련할 것 <> 통신장비를 휴대할 것 <>한국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가능한한 한국 관광객과 구별되는 곳에 투숙할 것
<> 현지인과 불필요한 정치적.종교적 언쟁을 피할 것 <> 현지인의 주의를
끄는 행동을 삼갈 것 등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추가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문서화되진 않았지만 오지로 일컬어지는 일부
국가에 파견될 직원들에게는 "강도를 만나기 쉬우므로 1백달러짜리
현금을 주머니에 반드시 휴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그룹은 해외주재원 생활을 하고 돌아온 직원들이 현지에서
겪었던 위기상황과 이에 대한 대처요령을 묶어 1백68쪽 짜리 사례집,
"바람불어 위험한 날"을 지난 6월 사내교육용으로 제작, 활용중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노래방은 한국의노래방이나 룸살롱과는 틀린데도
2차를 고집하다 현지 불량배에게 봉변을 당하거나중국손님과 시비가 붙어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므로 무리한 요구와 시비를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 "강도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국가에서는 시내를 도보로 다닐 때
카메라를 휴대하지 말고 대낮 대로상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주위사람의
도움을 요청하지 말고 도망치거나 순순히 돈을 건네줄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한편 전세계에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 뒤퐁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근무 안전수칙도 구체적이고 세밀한 행동요령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듀폰은 단체로 여행할 경우 모두 한 대의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것보다
여러 비행기에 나눠 탑승토록 한다.

혹시 불의의 사고가 생긴다 하더라도 피해를 분산시키자는 의도다.

호텔 숙박시에도 회사가 정해놓은 "숙소선택요령"에 따르도록 하고
회사 지정호텔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반 호텔의 5층 이하에서만
숙박토록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별도로 마련한 구급의약품 봉투를 해외파견자나 출장자에게
지급하고있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