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있는 A사는 올해 "생산회의 장려수당"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엔 사무직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책수당"을 신설했었다.

이런 식으로 이 회사가 현재 지급하고 있는 각종 수당은 모두 22가지.

비단 A사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수당이란
수당은 모두 만들어 지급하고 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기업에서 주고 있는 수당의 종류는
모두 97개에 이르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건 비슷한 성격의 수당을 하나로 뭉뚱그려 대분류한 숫자다.

"이름이 다른 것들을 하나 하나 세면 족히 3백개도 넘을 것이다. 개별
회사별로도 왠만한 기업이면 20~30개,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진 제조업체의
경우는 30~40개의 수당을 주는 곳도 적지 않다"(양병무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실제로 몇년전 노동부가 조사한 "수당자가 붙은 임금"은 2백개가 훨씬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당은 크게 나눠 근무수당과 직무수당,일반수당으로 나뉜다.

이중 근무수당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직책수당과 직급수당등 정도다.

문제는 업무의 성격과 근무환경의 차이를 고려한 직무수당이다.

직무수당은 특성에 따라 전산수당 연구수당 자격.기술수당 출납수당
DOCK수당 텔렉스수당 등등 헤아릴 수가 없다.

회사의 업무종류 내지 근무부서 만큼이나 가짓수가 많다.

어떤 회사는 영빈관 관리요원에게 영빈관수당을 지급할 정도다.

"나눠먹기식" 수당의 전형이다.

직무수당은 그래도 낫다.

마치 아메바의 세포분열처럼 끝없는 자기증식을 해가는 수당이 왈 일반수당
이다.

시간외수당 심야수당 휴일수당 야간수당 토요수당 교대근무수당 외업수당..

근무조건의 차이를 조정한다는게 이런 수당을 신설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근로조건등의 차이가 전혀 없는데도 그냥 이름만 붙여 사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게 바로 일반수당이다.

생산장려수당 생산성수당 TQC수당 공해수당 직무환경수당 반생산회의장려금
현장수당 안전수당 등 생산직 사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장려금형"
수당이 대표적인 예다.

장려금형 수당은 그러나 명분이라도 있다.

그저 돈을 주고 돈을 받기 위해 만든 수당을 위한 수당도 많다.

저축통장만 하나 갖고 있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안산 소재 Y사의 저축
장려수당이 그렇다.

서울 구로공단 K사가 부양가족이 있는 종업원에겐 혈연수당으로, 혼자
사는 사람에겐 독신수당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자에게 생리수당을 주니까 남자에겐 운동수당이나 예비군수당을 만들어
지급하는 넌센스도 벌어지고 있다.

이건 "임금의 악평등주의"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부가급여의 종류도 어지러울 정도로 많다.

창립기념품 설날선물 추석기념품 근로자의날기념품 생일선물 결혼기념일
선물 자녀입학 및 졸업선물 하계휴가비 노조창립기념일선물 크리스마스
기념품 장기근속기념품 개근선물 성년식선물 야유회비 등 "더 이상 새로운
부가급여를 만들 수 없을 정도다"(창원공단 L사 H노무부장)

그래서 마산의 어떤 회사는 한달에 돼지고기 2근값을 지원하는 "돈육대"
까지 만든 경우도 있었다.

수당이 많고 이런 저런 명목으로 준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수당도 부가급여도 그것이 광의의 임금(부가급여는 실제로 노무비로
처리됨)인 이상 그에 따른 순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받는 사람쪽에서 보면 왜 수당을 받는지 그래서 어떤 일을 더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주니까 받는다는 식이다.

주는 쪽에서도 수당을 더 주는 만큼 요구하지도 않는다.

예의 구미 A사의 경우 생산회의장려수당을 신설했지만 "생산회의 횟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회의를 더 하라는 요구도 없었다"(종업원 K씨)지
않는가.

수당이 주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의미없는 돈이 된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필요성"보다는 노사간에 "주고 받기식 관행"으로 수당이 신설된 때문이다.

주고받기식 관행은 또 그 원인을 정부의 임금정책에 돌릴 수 있다.

한자리수 인상방침을 정해놓은 이상 "임금인상률에 반영이 안되는 수당
이라면 OK"라는 식으로 임금정책을 펴오다 보니 수당신설이라는 편법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의 임금구조는 가분수형이 됐고, 그로 인해 근로자의
임금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고, 그 결과 한국의 경제는 고비용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할 지는 당사자인 노.사.정 3자가 더 잘 알고
있다"(연세대 김황조 교수)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