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업계가 전단식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대개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만 하던 보수적인 부품업체들이
집단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1~2년새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업체는 100여개사에 이른다.

이같이 단일업종의 업체들이 일시에 무더기로 빠져나가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꼽히고 있다.

대상지역은 떠오르는 자동차시장인 인도 인도네시아 동유럽 터키
우즈베크 등. 우선 현대자동차 벤더 10여개사가 인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만도기계 일정실업(카시트) 경신공업(케이블) 한일이화(내장재)
삼립산업(램프)등이 마드라스지역을 중심으로 부지를 물색중이다.

삼립정공 성산(램프) 두레그룹(알루미늄휠)등은 이미 인도 현지공장건설에
착수했다.

대우정밀등 대우 납품업체들도 상당수가 인도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아주금속(주물) 두원공조(공조기기) 풍성전기(스타터모터)
서진산업(클러치) 삼기기공(알루미늄부품) 기아정기(쇼크업소버) 우신공업
(사이렌서)등 30개업체가 진출한다.

기아가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자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또 대우 헙력업체 가운데 무려 59개사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크등에
진출한다.

이중 폴란드에는 평화발레오 성산 대성(백미러)등 20여개사가 나간다.

루마니아에는 한국펠저(인슐레이션) 한국유리(윈도유리)등이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크에는 동흥전기(시트) 동원금속(머플러) 세명공업(연료탱크)
동서기연(내장재) 동주산업(페인트) 코람프라스틱(범퍼)등 11개사가
진출하며 이중 4개업체가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또 한일이화 센트랄등 6~7개사가 터키에 합작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께면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와 현대가 이곳에 공장을 세우기 때문.

센트랄이 남미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하반기중 아르헨티나에
합작공장을 건립하는 등 진출바람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부품업체는 현대 기아 대우등 모기업의 현지법인은 물론 현지
자동차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선 그럴수 밖에 없다.

진출지역이 자동차후발국인만큼 기술 및 플랜트 수출가능성도 매우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외 굴지의 부품업체들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시장이 가장 전망이 좋다고 판단, 연간 매출
3조~20조규모의 초대형 부품메이커 10여개사가 최근 국내시장에 직접
투자진출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로크웰오토모티브사가 한국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을
비롯 칼소닉(일본) 코닝(미국) 지멘스(독일) GKN(영국) 헬라(독일)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최근 몇달사이에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

델파이오토모티브(미국) 델코일렉트로닉스(미국)등은 삼성과 물밑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100위권내 10여개이상의 부품메이커가 올 한햇동안 국내에
신규진출하거나 합작사를 추가설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단순 기술공여와는 달리 직접 투자진출하는 양상이다.

로크웰은 98년까지 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칼소닉은 내년 하반기까지
자동차소음기 공장을 설립, 삼성자동차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헬라 등 대부분 업체가 늦어도 98년초까지 한국내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해외기업들의 국내진출은 기술경쟁을 자극해 저급한 국산 부품기술을
한단계 올려놓는데 일조할것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공장 해외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를 완화시키고
고용창출에도 일조하는 셈이 된다.

다만 국내 부품업체들이 외국 부품메이커에 경쟁적으로 접근해 중복
기술제휴를 맺는 사태가 발생치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