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사면초가"의 총체저인 난국상황에 돌입하면서 그간
교과서적인 논리만 늘어놓았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개선되리라는 수출이 3년반만에 첫 감소현상을
보였고 물가상승율까지 연간 억제선을 위협하자 민관합동의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2일 오후 2시 경제장관회의후 곧바로 이어진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는
나웅배 부총리를 비롯 박재윤 통산산업부장관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
추경석 건설교통부장관 등 12명의 장관들이 2시간여동안 경제현안을
두고 모처럼만에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경상수지개선대책에 대한
재경원실무국장의 설명이후 부처별 애로사항과 협조요청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위기의식을 갖고 경제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데
참석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부처별로 경상수지 적자규모 등 연일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한결같이 "사상최악"을 기록하는 상황인데다 곧 개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간담회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했던 것으로 배석자는
전했다.

장관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이날 저녁 열린 경제장관만찬자리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알맹이 있는 대책은 제시되지 않아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단지 정부뿐아니라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처할 수 있도록
민관합동의 경제동향점검회의를 구성, 수시로 개최하자는 정도의
"대안"을 만들어냈다.

부처별로는 이미 결정된 부처별 경상수지적자 개선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물가안정에 최대한 협조키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이날 갑작스레 열린 경제장관간담회는 "정부가 고민하고 있고
대안을 짜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 시켜
주는데 그쳤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