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 피선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져 스포츠가 기업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더 없이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인 동방기획에 따르면 얼마전까지 태평양 돌핀스 야구단을
운영했던 태평양그룹의 경우 이 프로야구단 운영으로만 연간 1백억원의
광고효과를 봤다는 것.

이에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스포츠팀 운영은 물론, 각종 경기단체 지원
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스포츠에 쏟아 붓는 돈만도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 기업중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에 가장 열성적인 기업은 현대그룹이다.

정주영명예회장은 한때 스포츠계의 총수인 대한체육회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88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유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스포츠팀 운영에도 적극적이어서 현재 국내 기업중 가장 많은 17개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내 계열사들이 대한축구협회 등 6개 경기단체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가 이들 스포츠팀과 경기단체 운영에 지출하는 자금은 연간
2백5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최근에는 현대 못지않게 삼성도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최근 프로축구와 남자배구팀을 창단하는 등 모두 13개팀을
운영중이다.

특히 이건희회장의 IOC위원 피선을 위한 여건조성의 일환으로 프로야구에
80억원등 연간 1백50억원을 스포츠팀 운영에 지출했다.

삼성은 월드컵 유치에 따른 축구붐을 겨냥해 수원시 우만동 일대
10만여평에 1천억원 정도를 들여 프로축구단 전용구장과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종합스포츠단지 건립계획도 추진중이다.

스포츠팀 운영으로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본 기업으로는 LG그룹이 꼽힌다.

LG가 스포츠 팀 운영에 지출한 돈은 작년의 경우 프로야구에 70억원
등 7개 팀에 모두 1백10억원.

하지만 LG가 거둔 효과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새로 바꾼 LG라는 그룹명칭이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한 것도 소비자들이
그 이전부터 LG트윈스라는 야구팀 이름에 친수해진 덕분이다.

이에 LG는 현재 모든 프로종목에 팀을 갖고 있으며 내년에는 남자농구팀도
창단할 계획이어서 현대 삼성과의 한판 승부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그룹은 요트및 펜싱협회와 올해 창단한 남자농구단 등 5개 팀에
연간 9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김우중회장이 한때 협회장을 맡았던 축구 등 특정종목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경그룹은 프로축구 여자배구 여자농구 등 3개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축구단의 연고지인 부천시 중동 신시가지 일대 3만여평에 5백50억원을
들여 2000년까지 전용구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쌍용그룹은 창업주인 고 김성곤회장이 유도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인연으로 지난 76년부터 성곡컵 유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동아그룹은 탁구 팬인 최원석회장이 16년간 대한탁구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연간 10억원씩을 지원해 한국탁구를 세계정상으로 올려 놓았다.

또 한화그룹은 프로야구단(한화이글스)과 함께 15년째 권투협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고 동양그룹은 작년말 프로농구단을 창단 그룹홍보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밖에 "몬주익의 영웅"황영조선수를 배출한 코오롱그룹과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하고 있는 한라그룹도 스포츠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