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이 실험을 했다.

두 개의 기획상품 코너를 만들어 똑같은 손수건을 각기 다르게 판매했다.

한 코너에서는 "스위스에서 수입한 아름다운 레이스 손수건"이라고
소개하며 1장당 5천원에 팔았다.

다른 코너에서는 "레이스손수건 막바지 할인판매"라며 1장당 1천원에
판매했다.

그러자 세일이라고 적힌 1,000원짜리 손수건은 그대로 쌓여 있는데
스위스수입상품이라고 선전한 손수건은 눈깜짝할 사이에 팔려나갔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직원들 사이에 흔히 거론되는 사례중의 하나다.

가격이 비쌀수록 그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이상심리를 지적한
것이다.

가격이 쌀수록 상품의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이와는 반대로 가격이 낮아지면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기펜(Giffen)의 역설", 이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기펜재"라고 한다.

기펜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들다는게 정설이지만 일선
판매현장에서는 최고급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기법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른바 한정판매기법이다.

골프웨어 판매업체인 팬텀은 "아다바트"라는 최고급 의류를 수입판매하며
"아쉽지만 아홉분께만 드립니다"는 카피로 눈길을 끌었다.

40종류에 이르는 다양한 디자인을 수입했지만 한 디자인에 9벌만을
판매해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판매장도 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대구백화점, 광주의
전문대리점 등 4곳으로만 한정해 제품의 고급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아다바트는 티셔츠가 16만~23만원으로 일반의류의 7만~12만원보다
2.5배가량이나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팬텀 수입브랜드팀의 김관중부장은 "골프웨어가 40대의 캐주얼의류로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옷을 입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고
있다"며 "한 디자인당 9벌이란 것은 사실상 그 디자인의 옷은 한 벌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정판매기법은 판화같은 미술품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원판을 만들어놓으면 무한정 복제(Copy)가 가능한 판화의 가격은
복사본이 몇장이느냐에 따라 틀려진다.

피카소의 작품이라도 복사본이 몇만장이라면 가격은 형편없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골동품이나 미술품의 생명인 희소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정판매는 특정시장에 강한 판촉임펙트를 걸거나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이벤트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오전과 오후의 특정시간대를 정해놓고 상품을 값싸게 파는 "반짝세일"이나
미리 판매수량을 정해놓고 상품이 떨어질 때까지만 세일을 하는
"한정판매"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선 이미 고전이 된 수법이다.

보통 주부들이 저녁장을 보러나오는 오후 5시께에 20분가량 선도관리가
어려운 농산물이나 우유같은 일배식품을 할인판매하는 것이다.

판매시간이나 수량을 제한한 한정판매는 소비자들에게 "지금 이기회를
놓치면 사기 어려우므로 빨리 사라"는 판촉메시지를 던져준다.

월요일엔 배추, 화요일엔 감자, 수요일엔 참치캔 식으로 주부들이 자주
찾는 식품류를 요일별로 돌아가며 집중 판매하는 방식도 일반화되고 있다.

주류업계는 올림픽이나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등 스포츠이벤트나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각종 행사가 벌어질 때 또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처럼 소비자들의 마음이 들뜨는 시간에 이벤트 캔맥주를 생산,
짭잘한 재미를 보고 있다.

OB맥주 마케팅부 박건후과장은 "특정지역에 한정해서 이벤트맥주를
판매할 경우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감을 통해 상품에 대한 인지도나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일단 써 본 뒤 정품을 구매해달라"는 트라이얼마케팅과는
달리 한정판매는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도의 마케팅전략이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느냐는 시장상황에 따라 제품의 공급량을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숨어있는 것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