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3일 공기업으로는 처음 발표한 장기경영구상인 "비젼2005"은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향해 출사표로 만성적인 의욕저하를 과감히 떨쳐내고
무선과 멀티미디어를 주력사업으로 육성, 세계적인 종합통신사업자로
성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고있다.

또 정부투자기관이란 "굴레" 때문에 급변하는 정보통신시장에 적응할
수 없다는 내부적인 불만이 지난 6월17일 김영삼대통령의 공기업민영화
방안마련 지시와 맞물려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통의 통신사업은 시내 시외 국제전화등 주로 유선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이동전화등 무선통신시장에 진출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더욱이 자회사에서 선경그룹의 계열사화한 한국이동통신이 올해
2조4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무선통신사업 진출은 더욱 적실해졌다.

한통은 지난 6월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에서 무선사업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었다.

개인휴대통신(PCS)과 발신전용휴대전화(CT-2) 사업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CS사업을 한통 본체가 아닌 자회사를 새로 설립해 추진해야할
입장에 처해 있어 내부적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언제가는 민간기업에 매각, 한국이통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비난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젼2005"에서 무선통신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PCS자회사를 주력회사로 육성하고 무선사업에서도 국내1위로
부상하겠다는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있어 관심을 끈다.

멀티미디어와 위성방송을 주력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것은 차세대
유망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이 적극적으로 구축키로한 초고속정보통신망의 활성화를 위해
멀티미디어 응용서비스 개발이 필수적이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추세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위성을 이용한 방송(DBS)사업권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에선 감독부처인 정보통신부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인사와 경영등 모든 사안에 대해 정통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왔던
한국통신이 앞으로의 사업구상을 제시하며 "검열"의 강도를 낮추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주도적 통신사업자로서 "맏형"을 부르짖고 있는 한국통신이 내재돼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차질없이 목표를 이루어야만 국내통신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젼 선포식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김도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