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초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이색 퍼포먼스가 열렸다.

백화점에 쇼핑나왔던 젊은 여성들은 설치미술가 김형태씨의 인도로 무대에
설치된 피라미드에 A, C, Z 등의 알파벳문자를 적어 나갔다.

설치미술이 끝난 뒤에는 어어부밴드의 전위음악과 한국무용이 이어졌다.

세계물산이 새로 선보인 숙녀복 "AB.F.Z"의 런칭광고행사다.

세계물산은 신문이나 방송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상품을 소개하는
전통적인 런칭방식 대신 이색 퍼포먼스를 택했다.

"CF나 퍼포먼스나 신상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한다는 점은 같다.

단지 광고를 하는 방식(매체)이 다를 뿐이다"는게 이행사를 기획한
대홍기획 김영민국장의 설명이다.

세계물산은 15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이어 부산 광안리(22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앞(29일), 대구시 대구백화점앞(7월6일)에서도 퍼포먼스를
계속할 예정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연극 "불 좀 꺼주세요"의 공연현장에서 직접 광고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여배우 한 명이 객석에 나와 "제가 여기에 머드팩을
놔두었는데 혹시 본 사람이 없나요"라며 묻는 것이다.

관객들이 난데없는 소동에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여배우는 물건을 찾는
척하며 제품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른바 실연광고다.

LG전자는 작년 8월 대학로에서 공연된 "지상으로부터 20m"라는 연극 도중
무대위에 설치한 2대의 TV를 통해 기업PR광고를 내보냈다.

연극이 끝나자마자 TV에서 LG전자의 CF "감동의 시작"편이 방영되고
출연배우가 "이 연극은 LG전자가 후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CF의 소재는 관람객들이 공연에 감동을 받아 박수를 치는 장면으로
연극공연장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기법들은 TV나 신문이 없었던 시절,이야기꾼들이 세상소식을 전하는
광고의 원형적인 기능을 살린 것들이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는게 장점이다.

"참 재미있는 구경을 했어"라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어진다.

김국장은 "포퍼먼스를 구경한 관객수를 헤아려보니 회당 2,000~3,000명에
달했다"며 "직접 상품을 선전하기 보다는 재미있는 눈요기거리와 함께 문화
행사를 지원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고 광고효과를 자신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