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도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자"

기업들의 월드컵마케팅 경쟁에 시동이 걸렸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스폰서)나 공급업체(서플라이어) 등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뺏지 모자 기념액자등 라이센싱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은 전세계 4백억명(연인원)의 시청자가 지켜볼 것으로 추정
된다.

월드컵은 이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스포츠
마케팅 기회이다.

스폰서로 지정받으면 TV광고나 제품에 "월드컵 공식후원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월드컵을 후원할 정도의 우량기업"이란 이미지를 한껏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을 월드컵과 연결시켜주는 광고사들의 발길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광고사들은 월드컵을 전후로 국내외 기업들의 광고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방송중계권의 판매대행 및 스폰서 유치, 각종 이벤트의 진행 등으로
대형 특수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써부터 기업들의 축하광고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같은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가 광고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서울
올림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광고업협회 민병호부회장은 "서울올림픽을 통해 신문 방송 등의 광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택시광고 옥외광고 네온
사인광고등 새로운 광고매체의 등장으로 약 3천억원의 광고특수가 발생
했다"고 회고했다.

국내경제나 기업활동의 규모가 훨씬 커질 2002년에 열리는 월드컵이 서울
올림픽을 뛰어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은 당연하다.

광고업계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월드컵이 국내 광고산업 좁게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스포츠마케팅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이다.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주수입원은 크게 <>방송중계권 판매 <>스폰서 및
서플라이어 유치 <>라이센싱사업권 판매 <>입장권 판매 <>기념주화나 우표
판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의 80% 이상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마케팅대행사인
ISL이나 각 지역의 광고사들에 의해 이뤄진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휘장사업(후원자,공급업자,상품화권자)에서 4백
91억원, 기념품(주화,메달,우표)에서 7백40억원, 복권에서 7백4억원, 매체
광고에 1백69억원 정도의 수입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광고사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는 98년 FIFA와 ISL의 대행계약이 만료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강기획 스포츠사업팀 백도경부장은 "FIFA의 마케팅대행사 선정에 단독
으로 또는 국내 업체들과의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월드컵 특수가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한.일공동개최라는 변수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공동개최는 사업기회를 단순하게 반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내용을
일본기업과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일본은 프로축구리그인 J리그를 비롯 대형 이벤트에서 스포츠마케팅
노하우를 쌓아 왔다.

ISL이 일본 최대의 광고사인 덴쯔와 아디다스의 합작으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스포츠마케팅에선 걸음마 수준인 국내 기업들이 일본기업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기업들이 월드와이드 스폰서십을 획득하는 것도 사실상 한정돼 있다.

1업종1회사 지정이 원칙인데다 이전 대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FIFA의 관행이 계속되는 한 국내 기업들이 참여범위는 무척
좁아진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이 스폰서쉽을 획득해도 이를 마케팅
찬스로 활용할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팀 전수익차장은 "월드컵은 마케팅의 도구인 스포츠
대회일 뿐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는 결국 기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이벤트인 월드컵에서 국내 기업들이 제 몫을 찾으려면 지금부터
라도 부지런히 마케팅역량을 길러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