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29일 국제수지방어를 위한 정부
대책을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동참과 협조"를 여러번 강조했다.

최근 국제수지적자의 주요 원인이 <>사치성 소비재수입의 급증과 <>해외
에서의 과소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시장이 거의 개방된 상태에서 수입억제와 해외과소비 방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인위적인 대책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개방화 자율화시대에 정부가 민간소비생활을 규제할수도 규제해서도
안되는 만큼 국민 개개인이 소득증대에 걸맞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달라"
(나부총리)고 주문할 뿐이다.

국내 소비수준은 전체적으로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7.4%였던 소비증가율이 올 1.4분기중 8.3%로 다소
늘어났지만 4월들어 7.0%를 기록하는등 다소 꺽이는 분위기다.

"소비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정지택 통계청통계조사국장)는게
정부의 시각이지만 이는 경기하강국면의 초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기도 하다.

수출과 투자둔화로 경기가 점차 하강국면을 진입하는 시점에서든 오히려
소비의 안정적인 증가가 경기둔화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문제는 민간소비가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고급화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 사치성내구재와 기호품등 불요불급한 수입이 급증하고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확대되는등 "소비의 질"이 건전치 못하고 이게 곧바로 국제수지적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올 1.4분기중 총수입증가율은 17%로 지난해(32%)에 비해 크게 둔화됐으나
소비재수입증가율은 25%로 작년 수준(28%)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국산제품판매가 8.2%에 그쳤으나 외산은 52.5%의 증가율을
보였고 냉장고(<>9.7%) 가구(<>22.0%) 위스키(<>10.2%) 신발(<>2.4%)등은
국산판매량이 감소하는 마당에 외산은 40-60%가량 판매가 신장되기도 했다.

소비의 질에 대한 국제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한 해의 국민 1인당 소비재수입규모를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1만달러를 돌파한 지난해 1인당 소비재수입액이 1백65달러로 일본(84년
49달러)의 3.4배에 달할 정도다.

해외여행중의 과소비도 국제수지적자의 상당폭을 차지한다.

올 1.4분기중 해외여행객은 1백10만명으로 전년동기보다 20% 늘어났다.

이런 추세로 보면 올해 연간 해외여행객은 4백50만명으로 추산된다.

해외여행객이 쓰는 돈은 지난해 63억달러로 94년(45억달러)보다 무려 40%
증가했다.

외국인이 국내여행에서 쓰는 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지난 여행수지
적자가 12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 적자폭이 22억달러선에 달할 예상된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국제수지적자폭(50-60억달러)의 3분의 1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최근 소비재수입의 높은 증가는 경공업제품의 경쟁력약화와 소득증가
로 인해 지난 80년대말이후부터 계속된 추세로 볼수 있다.

의류 신발등 중저가품의 수입급증은 지속적인 임금상승으로 비교우위를
상실해 가고 있는 국내경공업침체를 반영하기도 한다.

앞으로 수입선다변화규제완화등 수입개방과 특별소비세인하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에서 값비싼 사치성 소비재수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향후 개방화일정 및 WTO(세계무역기구)체제하의 국제무역규범등을
감안할 때 정부차원에서 소비재수입이나 해외여행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건전한 소비문화의 정착과 소비대신 저축을 유도하기 위한 간접적인
정책개발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된다.

여행수지적자축소를 위해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충분한 휴식과 레저를
즐길수 있도록 레저.관광산업의 적극적인 육성도 요구된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