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의 하나인 ''탄약운반차 프로젝트''를 둘러싼 대우중공업과 삼성
항공간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국방부가 두회사 제품 모두 성능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구매하기 곤란하다
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

따라서 탄약운반차 프로젝트는 기종선정이 상당기간 연기되거나 아니면
전면 재검토해야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당초 국방과학연구소의 성능테스트를 거쳐 오는 6월중 대우중공업
과 삼성항공 제품중 하나를 구매기종으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총 6백대를
납품받아 실전배치할 계획이었다.

그에따라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은 총사업비가 2천4백억~2천7백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항공은 현재 육군 포병부대에 보급된 1천여문의 자주포가 자사제품임을
들어 이에 딸리는 탄약운반차도 자사가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와함께 기술제휴선이 미국이라는 점도 강조해 왔다.

반면 대우중공업은 마력탑재실탄수 등 성능면에서 삼성항공제품에 비해
앞설 뿐만 아니라 독자개발한 제품이어서 수출산업화할수 있다고 반박해
왔다.

특히 장비의 국산화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그러나 양사 모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국방부관계자는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양사 제품을 대상으로 내구도와
주행능력 등을 테스트해본 결과 삼성제품에서 1백15건, 대우제품에서 1백
3건의 하자가 발견됐다"며 "양사가 성능을 개선하지 않는한 어느쪽 제품도
쓸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기종선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며 내년부터 탄약운반차
를 실천배치하려던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은 물론 국방부의 이같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삼성항공관계자는 "성능시험에서 드러난 하자는 테스트가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함은 없었다"며 "구매기종 결정을 예정대로 내달중
마쳐야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중공업도 "10년간 운행될 기동장비를 단기간 가혹하게 운행테스트를
하다보면 결함은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무작정 불합격 판정을 내릴게 아니라 성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준뒤 기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사는 특히 업계는 군이 성능상의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낙점을 미룰
경우 잘못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관계자는 "탄약차프로젝트는 방산납품 사상 처음으로 경쟁에 의해 기종이
선정되는 공개경쟁 입찰 1호사업"이라며 "기종이 늦어질 경우 군이 앞으로
추진하려는 경쟁입찰 방식을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입장은 다르다.

탄약운반차는 포병의 주력장비인 1백55mm 자주포의 탄약을 실어나르는
차량인데다 대당가격이 무려 4억~4억5천만원에 달해 하자가 있어서는 곤란
하다는 것.

국방과학연구소의 성능테스트에서 드러났듯이 주행중 차체바닥과 현수장치
의 중요부품인 앵커가 깨지고 기판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제품으로 어떻게
전투를 수행할수 있겠느냐고 국방부는 반박한다.

국방부관계자는 또 운행 테스트중 화재가 발생하고 탄약적재함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탄약운반차 프로젝트''는 그동안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군은 지난 89년에 구매대상업체 선정을 취소한 적이 있다.

군은 당시 대우중공업 제품을 구매키로 결정했다가 성능에 결함이 발견
됐다는 이유로 취소하고 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했다.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따라서 탄약운반차에 대한 군의 ''불합격 판정''이 단순한 기종선정의 연기
인지 아니면 구매계획이나 구매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인지 업계
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