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태평양경제협의회(PBEC)에 참석중인 조석래
한국PBEC위원장(효성그룹 회장)은 21일 "일본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개방하고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과 자본을 이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회장은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제29차 PBEC총회 이틀째 회의에서 "21세기의
일본"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조회장의 강연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일본이 세계적 지도국가로 신뢰받기 위해서는 진실(혼네,본음)과 가장
(다테마에,건전)이라는 전통적 이중성에 대해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변혁은 과거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 전제돼야 한다.

50년전 독일과 일본은 모두 2차대전의 패전국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교과서에는 미화없이 과거역사를 모두 기술하고 있다.

또 인접국을 지배함으로써 혜택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독일의 지도자는
한명도 없다.

독일은 과거역사를 진실되게 시인함으로써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유럽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에 대한 인정을 회피함으로써 인근국가의 상처를 방치
했다.

일본의 반성은 반성자체보다도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의미한다.

일본이 지역우방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신뢰를 회복할 때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산업화는 아시아 제국에게 기술과 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아시아의
산업화를 선도했지만 이러한 관계가 일본에게만 유리했다는 인식이 아시아
제국에 퍼져 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개방하고
아시아국가에게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더 이상 미국에게만 의존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상당수의 아시아국가가 일본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제국에 대한 기술공여를 통해 오히려 보다 효율적인 역내
분업체계를 이룩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의 역동적 성장은 "아시아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아시아고유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을 지키는
선도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서구문화와의 조화를 통해 아시아고유의 문화를 지킬 수 있을 때 서구와의
경제적 마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