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건설 우성그룹등 잇딴 부도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철수
행장이 전격 구속됨으로써 제일은행은 창립이후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터졌다하면 제일"이라는 오명도 그렇지만 연이은 사고가 은행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데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당장 이행장 구속의 경우만해도 우성그룹 매각건이 막바지 이른 상황에서
갑자기 돌출돼 금융조건의 협상에서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이익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은행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협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

지난해엔 유원건설 부도로 당기순이익이 174억원에 그치면서 무배당은행
이라는 수치를 겪여야했다.

전년도(94년)의 1,300억원에 비해 무려 86.7%나 줄어든 규모였다.

시중은행 선두자리를 고수하던 제일은행으로선 치욕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도 남달랐지만 이행장 파문으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 비서실 등 일부 직원들은 휴일(근로자의 날)인 1일
정상적으로 출근, 임원들이 구두회의에서 지시하는 자료 등을 챙기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제일은행은 이행장이 구속돼 중도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르면
이번주중 행장직무대행을 선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행장을 선임, 본격적인
사태수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측은 정기 이사회 개최일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인 점을 감안,
우선 2일중에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전무 2명중에서 행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제일은행은 또 이행장 구속으로 인한 사내외 분위기를 일신하고
우성건설의 제3자 인수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무리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후임행장이 빨리 정해져야 할 것으로 보고 곧 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금융계에서는 행장 직무대행이 행장후보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세선 전무가 36년생으로 신광식전무보다 나이가 1살위이나 신전무가
전무승진이 빠르고 현재 수석전무 자리에 있기 때문에 신전무의 후임
행장후보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한관계자는 이에대해 "하루빨리 경영공백을 메우고 은행을
제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달아 터진 사고로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제고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이 이같은 난제를 여하히 헤쳐나가고 경영위기를 극복해나갈지
주목되는 시기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