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후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강화될 것임을 알리는 징후들이 잇달아
보이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나웅배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을 비롯 김인호공정거래위원장등
경제팀들이 최근 대기업의 소유구조문제를 비롯 경제력집중억제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하면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부총리와 김위원장은 최근 경제인들과 회동에 참석, "경제력집중의
폐단을 강력히 차단하고 공정거래문제를 조세 산업정책등과 연계,
종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25일 사정팀장회의를 통해 대기업이 숨겨놓은 위장계열사를
집중색출키로 한 것도 집권후반기 대기업정책의 구도의 일부를 엿보게
하는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가 위장계열사 색출을 위해 "칼"을 휘두를 경우 재계의 최대현안인
통신사업자 선정문제와 관련, 데이콤의 위장소유지분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 LG등 주요그룹들의 통신사업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재계가 줄기차게 반대해
온 복수노조및 제3자개입금지 조항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하는 등
"신노사문화"를 정립키로 한 것도 본격적인 춘투시즌을 앞두고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재경원이 비자금사건이후 대기업의 투명경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소유구조문제를 수술하기위해 사외이사제외에 사외감사제
도입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의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전경련관계자는 "정부가 사외이사제도만으로는 대기업오너의 경영전권
행사를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사외감사제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말했다.

S그룹관계자는 "정부가 사외감사제까지 검토하는 것은 비자금사건이후
재계에서 현대만이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을 뿐 다른 그룹들의 호응이 적은
것을 감안 할 때 이의 확산을 유도하기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총선이후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크게 <>소유구조 개선 <>공정거래를 위한
관리와 감시 강화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등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공정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고,공정위가 총선을 전후에서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행위및 위장주식소유문제에 대해 강도높은 제재를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OECD가입을 앞두고 있는 등 개방경제시대에 대응하기위해서는
현재의 규제위주의 경제산업정책으로 효율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의 신대기업정책은 21세기형 산업정책의 대강을 밝히는 그랜드
디자인과 같은 것으로 개방시대에 맞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반면
자율공정경쟁을 유도하기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경제팀의 최근 발언들은 대기업정책이 강화된다기 보다는
개방시대에 맞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관계자의 대체적인지적이다.

이에따라 투명경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위해 사외이사제및 사외감사제의
도입및 확산을 유도하면서 선단식 경영과 경제력집중, 부의 세습문제에는
조세 금융정책을 통해 엄격하게 다스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핵심규제사안으로 지적돼 온 여신규제와 신규시장 진입및
퇴출제한문제 등은 전향적으로 풀릴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이 출범하고 내수시장 전면개방도 임박한상황에서
여신규제가 지속될 경우 국내기업은 손발이 다 묶인 상태에서 외국의
거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최종현전경련
회장)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개방경제시대에 부응하는 산업정책이 뿌리를
내리기위해서는 관료들의 규제마인드의 획기적인 전환없이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거 말하고 있다.

"관료들이 밥그릇(규제)을 안내놓으려 할 경우 신산업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LG회장실 P상무)는 지적은 관료들의 뼈를 깎는 변신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