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렸던 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전.

이라크에 이겨 올림픽 티켓을 따낸후 숙적 일본마저 꺾었다는 감동의
물결이 온 국민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눈썰미가 예리한 시청자라면 곧 자존심 상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대회의 영웅으로 떠오른 최용수의 TV인터뷰장면.

카메라는 최용수의 등뒤로 일본 산요의 이름이 적힌 백보드를 비추고
있었다.

산요는 대회의 운영자금을 낸 스폰서업체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주요장면마다 자사를 알리는 간접
광고가 곁들여지는 것은 산요의 권리다.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분수령인 이 대회에서 일본은 경기에
졌지만 국력만은 톡톡히 과시한 셈이다.

시청자들은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전략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를 대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해야 했다.

스포츠마케팅이란 기업들이 스포츠행사나 경기단체를 후원함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기업홍보(PR)나 판촉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경기장에서건 TV를 통해서건 스포츠를 보며 울고웃는 팬들의 열기를 자사
제품의 구매로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더이상 좋은 판촉전략이 없는 것이다.

올림픽축구 한.일결승전의 TV시청률은 역대 스포츠경기사상 최고인
70.5%였다.

일본에서도 위성TV로만 중계됐음에도 20%의 시청률을 기록,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산요는 큰 돈을 들인만큼 시청자들에게 자사의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스포츠경기는 특히 언어장벽이 없고 세계인의 관심을 쉽사리 이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은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는 돈이 있어도 자리가 없어
끼지 못할 정도다.

올림픽같은 대형이벤트의 후원이 주는 효과는 여러가지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브라더공업의 경우 LA올림픽참가를 계기로 자사의 인지도가 15%내외에서
70%선으로 높아졌으며 재봉틀회사에서 정보기기회사로 이미지변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코카콜라사의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39%가 올림픽 후원사라는 이유로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스포츠마케팅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주로 가전 자동차 등 해외판매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배구리그때 일본대표팀선수들
에게 "SAMSUNG"이란 단어가 쓰여진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영국프로럭비 1위인 타이거팀과 내년말까지 LG유니폼을
입고 뛰는 조건으로 스폰서계약을 맺었다.

대우자동차는 자사가 후원하는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로다제이시를 현지
CF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스포츠가 상품화됨에따라 스포츠마케팅의 인기도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팀의 전수익 차장은 "기업들이 광고나 문화행사의
후원보다는 스포츠행사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는게 최근 추세"라며 "스포츠
마케팅은 CF방영이 금지돼있는 동구권국가들을 우회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등 국제화의 주요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전문회사인 지에프의 권오성 전무는 "경기를 후원하는 외에도
유명선수의 캐릭터를 이용한 관련제품의 개발이나 TV중계권료 협상
경기장내 펜스광고 등 사업범위는 넓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

<<< 21세기 산업햇불 >>>

일본 통산성보고서는 최근 스포츠.레저산업을 "21세기 일본 산업의 횃불"
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가치관이 다양해질수록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며 그만큼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나 뉴비즈니스기회가 커질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80년 2조엔 규모에 달했던 관련시장은 89년 4조3,000억엔으로 늘어났으며
2000년엔 15조~22조엔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