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그룹부회장(세계유도연맹회장)은 노트북 PC를 메고 세계를
누빈다.

집이든, 직장이든, 해외든 언제 어디서나 그의 왼손엔 부인이 "애인"이냐고
놀리는 486급의 국산 노트북PC가 들려 있다.

이 PC로 그는 명함관리,약속등 개인의 일정관리를 하고 그룹 정보망과
연결, 회사및 개인업무에 대한 전자메일을 받고 회신을 보내거나 업무지시를
내린다.

PC로 받는 전자메일은 하루평균 10여건.

PC에 의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자주 만나는 미국 경영자들은 하루 평균 30~50건의
전자메일을 받고 처리한다고 해요. 공보처의 국가경쟁력향상을 위한 광고
처럼 외국인들이 우리 경쟁상대라면 경영자들도 외국 경영자들이 수행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서는 절대 이길수 없지요"

그는 경영자들이 구한말 테니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 에피소드로 전해지는
"대감 그런 힘든 운동은 상것들에게 시키시지요"라는 사고방식으로는 국제
경쟁에서 이길수 없다며 노트북을 직접 들고다니며 업무를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부회장이 PC와 처음 대면한 것은 지난 82년.

미국출장길에 뉴욕대학원에서 수학하던 동생(박용만 현두산그룹 기조실장)
에게 8비트 애플컴퓨터를 사주면서다.

이때 컴퓨터에 호기심이 생겨 귀국하자마자 같은 기종을 구입해 꼬박
사흘밤을 새우며 사용법을 읽혔다고 한다.

이것 저것 막 두드리고 자판을 익히려고 무단히 애쓰다보니 어느새 친숙한
기계가 됐단다.

그래선지 지금도 자판을 두드릴 땐 보지 않으면 찍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후 컴퓨터야 말로 21세기를 준비하고 기업경영을 새롭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판단, 전면적인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두산그룹은 박부회장의 결단으로 그룹정보통신망구축, 그룹공용 소프트웨어
(준그룹웨어인 "좋은하루") 개발, 전사원 PC보급등의 정보화전략을 펴
완벽한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9월 일본의 대표와 맞붙은 세계유도연맹회장선거의 득표전략에서
PC의 도움을 크게 받았지요"

각국 투표인단에 대한 득표활동을 위해 한국유도연맹관계자 7명에게 노트북
PC를 지급, 세계각지에 파견해 파악된 정보를 즉시 두산그룹정보통신망으로
보내게해 전세계투표인단의 성향을 알수 있게 됐다고 들려줬다.

"상대방의 동향이나 각국 투표인단의 성분이 분석되니 백전백승할 수밖에
없었지요"

현재 세계유도연맹은 그의 지시로 지난 58년이후 작성된 각종 기록을 모아
인터넷에 띄우기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 내주쯤 서비스(주소
http://www.ijf.org)를 할 예정이다.

박부회장은 출장중 비행기안에서 잠을 잘 못자기 때문에 이따금 PC게임
(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행시뮬레이터)도 해보지만 손가락이 굳어서
그런지 잘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죽이기"(킬링타임)에 PC만한 물건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PC예찬론을 펼쳤다.

< 윤진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