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지급준비율 하향조정" 방침이 은행권의 금리인하추세에 제동을
거는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제도 개편작업이 구체화되면서 은행들은
지준율인하정도와 시기가 확정된 뒤에 구체적인 금리조정작업을 들어간다는
유인적인 입장으로 돌어섰기 때문이다.

한일은행 상업은행등은 지준율인하의 폭과 신탁계정포함여부등을 본뒤
은행계정금리를 조정하고 이에따라 신탁계정금리를 조정한다는 생각들이다.

조흥은행의 허종욱상무도 "지준율인하조치가 취해진 다음에야 구체적인
금리인하방안을 결정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은행계정은 지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신탁계정도 은행계정과
연계돼 운용되기 때문에 지준율변경이 이뤄진 다음에나 금리조정이 가능
하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나웅배부총리의 금리인하 촉구발언이후 금융권의 금리인하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지준율인하라는 새로운 요인이 등장, 은행권의 태도가
돌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기여도 신용도등에 따라 구분한뒤 우량고객에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계정대출을 주고 나머지 고객에는 신탁계정대출을
적용하는 영업전략을 펴고 있어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의 금리조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은행들이 다른은행들의 금리인하움직임을 본뒤 금리를 인하하려는
"눈치보기"식의 태도도 은행들이 금리인하를 머뭇거리는 요인이다.

한 대형은행의 여신담당임원은 "금리가 높은 은행에서 먼저 금리를 인하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정경제원의 강력한 금리인하추진으로 은행들은 금리인하폭과 내용에
대해 재경원에서 구체적인 사인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태도로 작용하고
있다고 은행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한 은행실무자는 "지금 분위기는 재경원에서 모든 것을 주도하는 분위기"
라며 "섣불리 먼저 금리를 내렸다가 비판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한 지준율인하방안의 뚜껑이 열리면 수신금리인하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금리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되 신중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상승의 주요인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는 고금리한
시상품들의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3~14%수준의 고금리로 유치했던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일부
은행이 시중금리가 한단계 하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높은 금리를 제시
했었다.

특히 이는 당국의 "금리인하"유도 방침을 낳게한 원초적 이유로 지목받고
있어 은행들은 시한부 고금리상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손질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은행권의 금리인하바람이 잦아지면서 나부총리 발언의
진의와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한 가운데 은행들이 여.수신금리를 인상하게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금융자율화시대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당국의 입장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들어 회사채 유통수익률(3년만기)이 연11.6%대까지 떨어지는등 자금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4.11총선 변수등을 고려해도 당분간 시중실세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국이 지준율인하 방침까지 밝히면서 "금리안정"을 중요시하는 만큼
은행권의 금리도 어느 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