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이성구기자]

"자동차 그것은 당신입니다"

생활속의 자동차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6일 일반 공개에 들어간
제66회 제네바 모터쇼에는 "공동개발" 또는 "공동생산"한 차가 대거
출품됐다.

관람객들의 시선도 독자개발한 차보다는 "합작품"에 집중됐다.

다목적 차량이나 RV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지난해의 동경모터쇼나
디트로이트 모터쇼와 달리 제네바 모터쇼에선 공동개발 또는 공동생산한
차의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자동차 메이커간 전략적 제휴가 상호지분 참여를 통한 기술공유의
차원을 넘어 부품공용화및 생산라인의 공동사용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 시트로엥사가 출품한 "삭소(SAXO)"가 대표적 사례다.

배기량 1천-1천6백cc급 6개 모델이 선보인 삭소는 시에트롱사가 만든
차지만 플랫홈 생산라인은 푸조사의 "106"모델과 같은 라인을 사용한다.

플랫홈 뿐만이 아니다.

삭소는 휠베이스와 엔진틀 기어박스까지 푸조의 "106"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디자인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106"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넓고 각종 첨단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것 뿐이다.

일본의 마쓰다가 내놓은 "121"시리즈 3개 모델도 비슷한 케이스.

기아의 프라이드와 외관이 유사한 "121"시리즈는 작년 하반기에 선보인
미국 포드사의 "피에스타"을 기본모델로 하고있다.

라디에이터와 그릴을 빼고는 거의 모든 부분이 피에스타와 같다.

피에스타는 제휴관계를 맺고있는 포드와 마쯔다가 공동개발한 차.

말하자면 피에스타의 외관일부와 이름만 바꿔 신차로 팔겠다는게 마쓰다의
전략인 셈이다.

기본 차체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 BMW계열의 랜드로버사가 출품한 고급중형차 "400"시리즈는 일본
혼다의 "어코드"와 샤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있다.

랜드로버가 BMW 흡수되기 전에 혼다와 체결한 부품공용 협약에 따른
것이다.

또 독일 포크스바겐과 미국 포드는 아예 같은 차종을 "샤란"과 "갤럭시"
라는 서로 다른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이 공동개발과 부품공용화및 생산라인의
공동사용으로까지 전략적 제휴를 발전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비용절감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상태의 지속으로 자동차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제는 고유브랜드 개발보다는 "어떻게하면 비용을 줄이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선진메이커들 조차 1%의 매출액 이익율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신차개발에 따른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부품을 공용화하거나 플랫홈 등
생산라인을 함께 사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추세 아니냐"(이재완현대자동차
제품개발실장)는 설명이다.

이충구현대자동차부사장은 세계자동차 업계의 이같은 구조변화를
자동차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위한 주요 메이커들간 "합종연횡"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고있는 업체들이 군을 이뤄 살아남고 이
"강자대열"에 끼지못하는 업체는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보 벤츠 등 주요 메이커들이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번 모터쇼에
왜건형 승용차를 선보인 거나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포츠카를 잇달아
개발하고있는 것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있다.

기존 모델을 변형한 왜건형차는 개발비가 적게 든다는 점에서 비용절감의
잇점이 있으며 "저가"의 스포츠카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스웨덴의 볼보는 이번 모터쇼에 세단형 "S40"모델을, 프랑스 르노사는
인기차종 메간느의 왜건형인 "세닉"을 각각 출품했다.

현대의 티뷰론을 비롯해 BMW의 "Z3", 그리고 벤츠가 선보일 예정인
"SLK" 등 스포츠카는 2천-2천5백cc급의 콤팩트형태로 기존의 정통 스포츠카
에 비해 값이 저렴해 일반소비자들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는게 최우선 목표다.

스포츠카 전문메이커들이 스포츠카생산을 전담하던 영역구분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고급승용차의 대명사로 "고고한 학"에 비유되던 독일 벤츠와 BMW가 최근
중소형차 시장에 뛰어들어 풀라인업체제의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양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되고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