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7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기업윤리헌장은 투명경영과 정도경영을
통해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범재계차원의 자정노력 의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때문에 경제계에선 이번 윤리헌장제정을 계기로 지난달 31일 김영삼대통령
과 30대그룹 총수간의 청와대 만찬이후 조성돼온 정부와 재계간의 해빙무드
에 가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윤리헌장의 목적을 <>새로운 경영기풍의 조성과 신뢰받는
기업인상 구축 <>바람직한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실천노력의 가시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 구현과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창달하는 것 등에 두고
있다.

이같은 목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완수 <>창의와 경영혁신을 통한 정당한
이윤창출 <>공정경쟁 <>대-중소기업간 협력증진 <>소비자와 고객권익 증진
<>기업구성원의 이익 향상 <>환경친화적 경영지향 <>지역사회 발전 기여등
본문 8개항에 용해돼 있다.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번 헌장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신뢰받는
기업상 구축이다.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건전한 이윤창출 경영으로 국제사회에서 환영받는
우량기업으로 키워 나간다고 강조한 것(둘째항)도 같은 맥락이다.

바람직한 기업문화 정립을 위한 실천노력을 구체화하겠다는 재계의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때문에 세째항의 기업상호간 공정한 경쟁과 네째항의 대-중소기업간 협력
증진은 대기업이 앞으로 취해야할 행동지침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구현하려는 노력은 두가지로 나눠 다짐하고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다섯째항(소비자와 고객의 권익증진)과 여섯째항(주주 경영자
종업원등 기업구성원의 이익향상)등은 질좋은 제품과 이윤창출이라는 기업
본래의 목적과 사명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하나는 최근 급변하는 국내외 기업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곱째항에서 환경친화적 경영을 강조한 것도 그렇고 여덟번째항에 경제
문화발전에 대한 기여를 포함시킨 것도 세계시민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재계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건전한 기업풍토를 조성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전경련이사회의 사회를 본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은 이와관련,
"그동안 재계가 비자금사건으로 정치사회적으로 고초를 겪으면서 책임을
통감했다"면서 "윤리헌장의 제정은 기업풍토를 쇄신하면서 이상적인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계가 공헌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토대위에 개별그룹들은 <>중소기업 지원 <>사외이사제도 도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활성화 <>지역개발사업확대등의 화답책을 잇달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대우가 청와대회동 이후 곧바로 중소기업지원책을 발표한데 이어
사외이사제를 도입한 현대도 내주중 중기지원보따리를 풀기로 한게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이번에 제정한 윤리헌장의 성패는 각 그룹들
이 액션프로그램같은걸 만들어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달렸다.

"헌장"이란게 항상 그렇듯이 선언적 내용을 담보할 구체적 실천방안이
따르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과거 일본의 경단련이 윤리헌장을 제정한 뒤에도 <>리크루트 스캔들
<>사가와규빈 정치자금사건 <>대형건설 입찰비리등 속출한 정경유착사건에
이렇다할 대응을 못해 낭패를 봤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