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그룹중 하나인 우성건설의 부도는 다른 기업들의 부도와는 달리
우리 경제에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8개 계열사와 1천2백여개 하청업체중 상당수가 연쇄부도 파문에 휩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일부 금융기관도 부도대열에 포함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중소기업청"신설등 정부의 중소기업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터진 우성건설의 부도는 다소 소생기미를 보이던
중소기업인들의 경영의욕에 다시 찬물를 끼얹을 것으로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자금시장의 경색, 증시투자자들의 피해 등으로 그 후유증은
경제전반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성건설 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리한 사업다각화등 경영부실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자구대상 부동산의 처분이 늦어진데 있다는게 거래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파트미분양사태로 작년부터 건설업체의 부도가 잇따르는등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어려워진데다 비자금파문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막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성의 부도를 "우성만의 문제"로만 돌릴수는
없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에서 ""우성"이후가 더 걱정이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정책당국의 충분하고도 효율적인 중소기업대책이 나오지 않은 한
우성의 부도는 부도대상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한단계 뛰어오른
새로운 차원의 부도사태가 시작되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성건설의 부도는 하청업체들을 연쇄부도의 위기로 몰아넣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건설은 전국적으로 1천2백여 업체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당장 자금압박을 받을 것이며 이중 우성과의 거래가 많은
상당수 업체는 우성과 운명을 같이할 공산이 크다.

계열사인 우성타이어 우성모직 우성유통등도 "부도후 법정관리신청"이라는
우성건설과 같은 신세가 된 만큼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들의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성이 건설중인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입주도 상당기일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성의 사업장은 현재 모두 29개 사업장에 1만5천9백36세대에 이른다.

우성에 여신을 주고 있는 57개금융기관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우성에 대한 여신은 모두 1조2천5백5억원.

이중 담보를 잡은 여신은 3천3백48억원에 불과하다.

우성이 되살아나지 못할 경우 9천억원이상은 고스란히 떼이는 셈이다.

한편 우성의 부도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자세는 ''자율''로의 한걸음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덕산-삼익-유원건설 등 중견기업들의 부도때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정부의 불개입'' 방침을 다시한번 확인
시켰다는 점에서다.

부실기업처리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은 방만한 경영이나 정경유착을 통한
안전판마련등 과거 기업들의 불건전 관행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종전에도 그랬듯이 경기하강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게 건설업체다.

지금의 경기사이클 대로라면 제2, 제3의 우성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고가 터진뒤 ''불개입''의 당위성만 외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사고를 예방
하는 당국의 자세전환이 시급하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9일자).